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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에 부는 觀風

입력 | 2013-09-18 03:00:00

관찰의 힘… 관점을 디자인하라… ‘觀’자 제목 책 불티나게 팔려
셀프힐링식 ‘자기계발서’ 지고 일상과 사회변화 관찰에 이목 쏠려




“난 사람의 얼굴을 봤을 뿐 시대의 모습은 보지 못했소.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본 격이지. 바람을 보아야 하는데…,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 말이오.” 영화 ‘관상’에 나오는 조선 최고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의 대사다. 얼굴뿐 아니라 시대까지 꿰뚫어 보는 ‘관(觀)’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 시장에 ‘관’ 바람이 불고 있다. 6월에 출간된 ‘관찰의 힘’(위너스북)은 5만 부, 7월에 나온 ‘관점을 디자인하라’(프롬북스)는 7만5000부가 팔려 종합베스트셀러 10위 안에 올랐다.

지난달 출간된 ‘관찰의 기술’(다산북스)도 초판이 모두 팔렸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여준호 MD는 “이들 책이 모두 주변의 사소한 일상이나 사회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강조한다”고 했다.

‘관찰의 힘’은 디자인컨설팅회사 프로그의 최고 책임연구원 얀 칩체이스가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혁신을 발견하는 노하우를 담은 책이다. 원제는 ‘Hidden in Plain Sight(드러나 있으나 보지 못한 것)’다. 위너스북 김시경 편집장은 “원제를 보는 순간 관찰이 떠올랐다. 관찰은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인데도 자기계발서 분야에선 관찰 제목을 단 책이 없었다”고 말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부제도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뽀로로 제작사 ‘오콘’ 등 12개 기업의 홍보를 담당하는 박용후 PYH대표가 썼다. 그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꾸면 지금까지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설파한다. 박 씨는 “부모보다 돈을 못 버는 첫 세대인 ‘88만 원 세대’에겐 위로보다는 결국 ‘하우 투(how to·∼하는 방법)’가 중요했다. ‘관’을 다룬 책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지난해까지 셀프힐링식 자기계발서가 대세였지만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어서려면 자기만의 무기를 찾아야 하는데 그런 흐름이 관찰, 관점에 눈 돌리게 만든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