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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지는 경기… 진 빼고 김 빼고

입력 | 2013-09-18 03:00:00

올 시즌 평균 3시간21분 역대 2위… 투수분업화 정착되면서 길어져
2010년 대책 내놨지만 ‘도루묵’




길어도 너무 길다. 연장 승부가 아닌데도 3시간을 훌쩍 넘기는 게 기본이다.

전체 576경기 가운데 514경기를 소화한 16일 현재 9개 구단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21분에 달한다. 지난주 초만 해도 3시간 22분이었지만 ‘빅매치’가 없었던 틈을 타 그나마 1분이 줄었다. 구단별로 보면 KIA가 3시간 29분으로 가장 길고, 두산이 3시간 28분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그래픽 참조).

41차례의 연장전을 제외한 정규 이닝 경기 시간도 3시간 17분이나 된다. 올 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의 평균 경기 시간(2시간 58분·9이닝 기준)과 비교하면 1이닝 정도를 더 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경기 시간이 가장 긴 팀은 보스턴인데 3시간 11분으로 국내 9개 팀 가운데 가장 짧은 NC(3시간 12분·9이닝)보다 경기를 일찍 끝냈다.

출범 원년인 1982년 3시간 2분이었던 프로야구 경기 시간은 이듬해 2시간 51분으로 11분 줄어든 뒤 한동안 2시간 50분대 안팎을 유지했다. 하지만 투수가 선발, 중간, 마무리로 구분된 1990년대 중반부터 3시간 전후로 늘었고 1999년부터는 예외 없이 3시간을 넘겼다.

2009시즌 한 경기 평균 시간이 역대 최장인 3시간 22분으로 늘어나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스피드 업’을 목표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했고, 이전부터 있었던 투수의 12초룰(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12초 내 투구)을 강화해 처음 어기면 경고, 두 번째부터는 볼로 판정했다. 주자가 있을 경우 투수의 투구 지연에 대해서도 첫 번째는 주의, 두 번째는 경고, 세 번째는 보크 판정을 내리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나는 듯했다. 2010년 경기 시간이 전년보다 10분이나 줄었다. 하지만 올 시즌 전년 대비 10분 이상 경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피드 업 프로젝트’는 3년 만에 도루묵이 됐다.

KBO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경기 시간이 올해처럼 3시간 20분을 넘어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팬들도 지루하고 장기적으로는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전반기가 끝난 뒤 감독자 회의 때 스피드 업을 주문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심판이 함께 노력해야 되는데 아직 선수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현재 1위 LG와 공동 3위(두산, 넥센)의 승차는 3경기에 불과하다. 어느 해보다 막판 4강 순위 싸움이 치열한 2013년이 ‘역대 최장 경기 시간’이라는 달갑지 않은 시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