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수’ 유재학이 인정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16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에게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그는 상당히 어색해하면서도 “언제 또 이런 데서 사진찍을 여유가 생기겠나. 기왕에 찍는 것 멋있게 잘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유재학 모비스 감독(50)이 지도력을 인정하는 감독으로 꼽았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비스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7일 만난 유 감독은 “전술이 뛰어나다. 상대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힘도 갖췄다”고 그를 평가했다. ‘만수(萬手·1만 가지 전술)’ 유 감독은 웬만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세 시즌 연속 전자랜드를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0∼2011시즌에는 팀 창단 후 정규리그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했고, 지난 시즌에는 잘해야 6강 정도라던 개막 전의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그는 요즘 틈만 나면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얘기한다. “이제는 (문)태종이도 없고, (강)혁이도 없다. 선수들이 많이 어려졌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문태종은 LG로 팀을 옮겼다. 강혁은 은퇴했다. 그는 10월 12일 개막하는 2013∼2014시즌의 전자랜드 농구에서 주목할 선수로 가드 박성진(27)을 꼽았다. “감각과 재능이 있는 선수다. 슈팅 능력도 갖췄다. 몸싸움이 약한 단점이 있지만 몸무게를 늘리고 힘을 더 키운다면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가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박성진은 2월 상무에서 제대해 팀에 복귀했다.
그는 7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악동’으로 소문난 찰스 로드를 1라운드에서 뽑았다. 로드는 2010∼2011, 2011∼2012 두 시즌 동안 KT에서 뛰었다. “로드를 잘 다스릴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자신이 용병을 다루는 방법을 얘기했다. “외국인 선수가 잘못해도 처음에는 그냥 둔다. 그러다 똑같은 잘못을 국내 선수가 하면 용병이 보는 앞에서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그 국내 선수를 야단친다. 그러면 용병도 대충 감을 잡더라.”
칭찬은 유재학 감독이 많이 했으니 단점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하자 그는 “모질지 못한 게 단점이다. 독기가 좀 부족하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독해져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2013∼2014시즌의 목표를 물었다. “쉽지 않은 한 시즌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 목표를 낮춰 잡을 수는 없고….” 유도훈 감독(46)이 지휘하는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4강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