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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훈 감독 “코트에서 실패 두려워하면 죽도 밥도 안돼”

입력 | 2013-09-18 03:00:00

■ ‘만수’ 유재학이 인정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




16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만난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에게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자 그는 상당히 어색해하면서도 “언제 또 이런 데서 사진찍을 여유가 생기겠나. 기왕에 찍는 것 멋있게 잘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과분한 얘기다. 배워야 할 게 아직도 많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50)이 지도력을 인정하는 감독으로 꼽았다고 하자 그는 손사래를 치며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비스가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7일 만난 유 감독은 “전술이 뛰어나다. 상대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다. 선수들을 장악하는 힘도 갖췄다”고 그를 평가했다. ‘만수(萬手·1만 가지 전술)’ 유 감독은 웬만해서는 칭찬을 하지 않는다.

그는 최근 세 시즌 연속 전자랜드를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010∼2011시즌에는 팀 창단 후 정규리그 역대 최고 성적인 2위를 했고, 지난 시즌에는 잘해야 6강 정도라던 개막 전의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그는 “이번 시즌에는 어깨가 더 무겁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2011∼2012시즌이 끝난 뒤부터 구단 매각을 추진해 오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홍봉철 구단주가 마음을 돌려 구단을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선수도 감독도 올 시즌에는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틈만 나면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고 얘기한다. “이제는 (문)태종이도 없고, (강)혁이도 없다. 선수들이 많이 어려졌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문태종은 LG로 팀을 옮겼다. 강혁은 은퇴했다. 그는 10월 12일 개막하는 2013∼2014시즌의 전자랜드 농구에서 주목할 선수로 가드 박성진(27)을 꼽았다. “감각과 재능이 있는 선수다. 슈팅 능력도 갖췄다. 몸싸움이 약한 단점이 있지만 몸무게를 늘리고 힘을 더 키운다면 리그에서 경쟁력 있는 가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인 박성진은 2월 상무에서 제대해 팀에 복귀했다.

그는 7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악동’으로 소문난 찰스 로드를 1라운드에서 뽑았다. 로드는 2010∼2011, 2011∼2012 두 시즌 동안 KT에서 뛰었다. “로드를 잘 다스릴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웃으면서 자신이 용병을 다루는 방법을 얘기했다. “외국인 선수가 잘못해도 처음에는 그냥 둔다. 그러다 똑같은 잘못을 국내 선수가 하면 용병이 보는 앞에서 얼굴이 하얗게 될 정도로 그 국내 선수를 야단친다. 그러면 용병도 대충 감을 잡더라.”

칭찬은 유재학 감독이 많이 했으니 단점이 있으면 얘기해 달라고 하자 그는 “모질지 못한 게 단점이다. 독기가 좀 부족하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독해져야 할 때가 있는데 그게 잘 안 된다”고 말했다.

2013∼2014시즌의 목표를 물었다. “쉽지 않은 한 시즌이 될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시즌보다 목표를 낮춰 잡을 수는 없고….” 유도훈 감독(46)이 지휘하는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4강까지 올랐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