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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 곽현화 “노출 전문 배우? ‘아티스트 봉만대’로 편견 깰 것”

입력 | 2013-09-19 07:00:00

배우 곽현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잠시만요. 저 메이크업 좀 고치고 진행할게요.”

배우 곽현화(32)는 스스로 분을 칠하고 눈화장을 고쳤다. 옷도 직접 단정히 했다. 코디네이터와 스타일리스트가 모든 걸 챙겨주는 보통의 여배우들과는 달리 혼자서 메이크업 박스에 있는 거울을 보며 스스럼없이 화장을 고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상적인 건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질문을 할 때마다 “아하하하”하며 굵직하고 시원한 목소리로 카페를 가득 메웠다. 야무지고 까다로울 것 같았지만 직접 만난 곽현화는 웃음소리만큼 호탕했다. 점잔을 빼지도, 그렇다고 너무 과장스런 언행을 하지도 않았다. 배우 곽현화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 출연한 영화 ‘아티스트 봉만대’ (감독 봉만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곽현화는 극중 봉 감독의 무리한 노출 요구에 강력하게 대항하는 까칠한 여배우를 맡았다. 이 영화를 ‘수박 겉핥기’식으로 보면 ‘벗는 영화’라고 단정지을 것이다. 하지만 깊게 보면 다르다. 이 영화는 페이크(Fake)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과 영화의 경계를 허물어 에로라는 장르의 영화를 만드는 촬영 현장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 안에는 제작자와 연출가의 갈등, 촬영 스태프들의 노고, 여배우의 연기자로서 고민 등이 담겨 있다. 곽현화도 예외는 아니다.

“여현수와 싸우는 부분은 제가 간접적으로 느낀 생각을 담았어요. 제가 여배우로서 진심을 다해 연기를 하려고 해도 누군가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봐요. 그냥 그들에게 ‘노출녀’로만 보이는 거죠. 가끔은 그런 시선 때문에 움츠려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대사에 ‘너희들 때문에 내가 연기를 하고 싶어도 못 하겠어’가 들어간 거예요.”

곽현화가 지난해 ‘전망 좋은 집’에 이어 ‘아티스트 봉만대’를 선택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주변인들도 만류했다. 자칫 노출 전문 여배우로 각인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곽현화는 그런 편견을 깨고자 출연을 강행했다. 이 작품을 본다면 더 이상 섹시한 여배우로만 보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편견을 깨야겠다고 결심했죠. 적어도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편견은 사라질 거라 생각해요. 게다가 ‘아티스트 봉만대’는 제게 전환점이 되는 작품이었어요. 제 자신을 버리고 역할에 더 집중하면서 자유로워졌거든요. 배우로서 조화로움을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배우 곽현화.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하지만 ‘아티스트 봉만대’에는 진지함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섹시함과 코믹함이 함께 녹아 있다. 특히 봉 봉 감독에게 에로 연기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자 봉 감독의 방에 들어가 고양이 포즈 등을 취하다가 감독을 유혹하려는 장면은 야하기 보다는 웃음코드가 더 강하다. 곽현화는 “사실 그 장면은 봉 감독님의 실제 경험담이었다. 여배우가 방으로 들어와 자신을 유혹하려는 듯한 경험이 있었다며 그 장면을 넣었더라. 그 부분을 촬영할 때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곽현화는 인터넷에서 늘 화제 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가 온라인 공간에서 쓰는 글들과 사진은 기사화되어 화두가 되기도 한다. 악성 댓글을 포함해 누리꾼들의 반응도 다양하다. 이제는 단련이 된 걸까. 지나치게 노골적인 반응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하하하. 가끔 기분 나쁜 악성 댓글도 있죠. ‘너 때문에 여자들이 욕먹는다’는 말은 정말 속상해요. 섹시한 게 나쁜 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마치 제가 모든 여성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식의 댓글을 보면 화가 납니다. 안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곽현화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방송과 온라인으로 수학 강의를 하며 학생들의 멘토가 된다. 그는 “원맨쇼를 하며 청소년들에게 재미있는 수학을 가르칠 예정”이라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했다. 연기자로서 꾸준히 활동할 계획이다. 영화 뿐 아니라 뮤지컬이나 연극 등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작품 등을 해보고 싶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제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구체적인 것은 없어요. 하지만 새롭고 신선한 일이라면 언제나 환영이에요. 제게 자극이 되고 발전되는 일이 있다면 꾸준히 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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