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공연한 드보르자크 오페라 ‘루살카’에서 소프라노 러네이 플레밍이 ‘달에게 보내는 노래’를 부르고있다. 동아일보DB
나라마다 산도 물도 다르지만 달의 모양만큼은 똑같죠. 예로부터 동서양을 통틀어 수많은 시인과 음악가들이 달에게 송가를 바쳐왔습니다. 서양 음악사의 페이지도 수많은 ‘달빛 클래식’으로 장식돼왔죠. 누구에게나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작품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月光)’, 그리고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월광’이겠군요.
그런데 베토벤 소나타 14번의 ‘월광’이란 제목은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닙니다. 베토벤이 죽고 나서 5년 뒤 시인 렐스타프가 “이 곡의 첫 악장은 스위스 루체른 호수에 달빛이 비치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고 말해서 붙여진 별명이죠. 이 별명이 적절한지 아닌지에 대해 음악비평가들 사이에 논란도 오랫동안 무성했다고 합니다.
달을 소재로 한 대작 중에서는 하이든의 오페라 ‘달의 세계’가 이색적입니다. 젊은이들이 천문학에 심취한 노인을 속여 그가 실제로 달에 온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이 작품처럼 달을 소재로 한 오페라가 아니라 오페라 속에 등장하는 노래만 한 곡 꼽자면 드보르자크 ‘루살카’ 중 ‘달에게 보내는 노래’를 떠올려볼 만합니다. 루살카는 슬라브권 사람들이면 누구나 아는 물의 정령이죠. 어느 날 루살카는 사냥을 나온 왕자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밤마다 달에게 왕자님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호소합니다. 그가 이 남다른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요. 스포일러는 넣지 않겠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