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
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 드럼과 베이스 소리를 넉넉히 소화할 귀를 갖지 못해서다. 록 밴드 ‘그린데이’의 동명 앨범 수록 곡으로 만든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을 보고 나서 든 몇 가지 의구심에 확신을 갖지 못한 이유다.
도움을 청했다.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현재 이한철 불독맨션 등의 작업을 돕고 있는 구자영 DH플레이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밴드 활동 경력을 가진 임희윤 동아일보 대중음악 담당 기자가 이 공연을 관람한 뒤 의견을 보내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의구심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세 사람의 공통된 의견은 ‘록 뮤지컬답지 않다’는 것. 미리 잔뜩 각오하고 앉았지만 귓전을 때리는 비트는 들리지 않았다. 드럼 베이스 기타 키보드가 공연 내내 라이브 연주를 이어가지만 그 소리는 객석으로 뛰쳐나오지 못한 채 무대 위를 맴돈다. 구 대표는 “드럼 스네어(금속 울림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더라. 보컬 가사 전달을 위해 일부러 연주 음량을 낮춘 것인가 싶었다”며 “그럼에도 주연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가 극 전체를 이끌어가기에 부족해 보였다”고 말했다. 임 기자도 “주연보다 단역 몇몇이 드문드문 귀에 꽂히는 목소리를 들려줬다”고 했다.
2004년 발표한 그린데이 7집 ‘아메리칸 이디엇’은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록 앨범 상을 받은 명반이다. 비트를 낮춘 뮤지컬 연주는 가볍지 않은 가사의 의미를 새삼 곱씹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대 위 이야기는 노래를 더 돋보이게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음반 완성도에 의지해 힘겹게 이야기를 짜맞춰가는 기색이 역력했다. 구 대표는 “시골 청년들이 무작정 대도시에 나갔다가 냉엄한 세상 소용돌이에 휘말려 좌초한다는 이야기 뼈대가 투박했다”고 말했다. 국경 안팎 미국 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은 후반부는 ‘10년 전의 이야기’임을 확인시켰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의 내한 공연’이라는 소식에 기대가 지나쳤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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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메이어 각본·연출. 빌리 조 암스트롱 작사·각본. 숀 마이클 머리, 토머스 헤트릭 출연. 22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6만∼15만 원. 02-552-2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