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6부]<5>美 샌프란시스코 ‘스마트 주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스마트폰 ‘SF park’ 앱을 이용하면 지역별 블록에 주차도니 차량이 몇 대인지 실시간으로 확인해 빈 공간을 곧바로 찾을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혼잡에 실시간 대응하는 탄력요금제
5월 15일 동아일보 취재팀과 박지훈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원이 오후 1시경 유니언스퀘어 공원 인근에서 택시를 타고 주행해보니 주차 공간을 찾는 데 25분이나 걸렸다.
‘SF park’는 주차 공간에 들어찬 차량의 비율이 10대 중 8대 이상이면 ‘혼잡 주차장’으로 분류하고 시간당 요금을 기존의 2∼4달러에서 최고 6달러(약 6500원)까지 인상하는 탄력 요금 시스템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조절하는 ‘시장 경제’ 원칙을 적용한 셈이다. 이에 따라 혼잡 구역에서 주차 공간을 장시간 독차지하는 차량이 줄면서 주차 회전율이 높아진다. 다른 차량들이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도로에서 낭비하는 시간도, 불법 주·정차의 ‘유혹’도 줄어든다.
샌프란시스코 시가 블록마다 주차된 차량이 몇 대인지 홈페이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점도 도로 정체를 예방하는 데 한몫한다. 본보 취재팀이 이날 오후 1시 반경 앱을 열어보니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 정문 앞 도로의 주차 공간 7면은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불과 100m가량 떨어진 캘리포니아 주 공공시설위원회 건물 앞 노상 주차장에는 주차 공간 11면 중 6면이 비어 있었다. 취재팀은 ‘SF park’ 앱 덕분에 도로를 헤맬 필요 없이 곧장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등 7개 대학의 연구팀과 함께 ‘SF park’ 시스템을 구축한 뒤 2011년 5월부터 도심 주차 공간 중 일부인 3만8894면에서 시범 적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차 점유율이 20% 이하면 요금이 내려가고, 82% 이상이면 요금이 올라간다. 주차 요금은 신용카드뿐 아니라 휴대전화로도 납부할 수 있다.
○ 도심 통행량 34%는 주차장 찾아 배회
캘리포니아 주 교통부 교통평가처의 토머스 시리버 선임연구원은 “‘SF park’ 같은 탄력 요금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서울시는 접근성에 따라 공영주차장을 1∼5급으로 나누고 5분당 50∼500원의 요금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혼잡해도 요금이 변하지 않는 ‘고정 요금제’인 데다가 장기 주차 요금은 선진국 주요 도시의 22.5∼43.9% 수준이라 도심 주차장을 장기간 독차지하는 차량이 많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주차 수요가 몰리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탄력 요금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샌프란시스코=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