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류츠신 지음·이현아 옮김/448쪽·1만5700원/단숨
중국 SF 소설계의 대표작 중 하나가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 책은 제목에 내세운 물리학의 삼체문제(三體問題·세 개의 물체 상호 간 만유인력이 작용할 때 개개의 운동을 연구하는 이론) 못잖게 복잡한 세계로 독자를 이끈다.
액자처럼 끼어드는 게임 ‘삼체’의 묘사가 돋보인다. 저자는 방대하고 선명하면서도 허황된 세계를 그린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2006년)처럼 색채감 있게 펼쳐낸다. 주나라 문왕과 아리스토텔레스, 묵자와 뉴턴이 아무렇지 않게 나타나 뒤섞이고 20세기 수학자 폰 노이만이 진시황의 3000만 대군으로 인간 컴퓨터를 만들어내는 대목에서는 중국을 포함한 고금의 역사부터 천체 물리학에 이르는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상상력이 돋보인다.
꼼꼼하고 섬세한 문장들도 댄 브라운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스케일은 무협지 이상이지만 유치하지 않은 이유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