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뚜렷한 우유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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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전문점 ‘폴 바셋’에서 라떼를 주문할 때 받게 되는 질문이다. 고객은 보통 우유인 ‘오리지널 우유’와 지방 함량이 적어 칼로리가 낮은 ‘저(低)지방 우유’, 소화 불량의 원인이 되는 성분은 없앤 ‘소화가 잘되는 우유’ 등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응당 라떼에는 보통 흰 우유가 들어간다는 상식과 달리 기호에 따라서 우유를 넣을 수 있는 것이다. 조방실 폴 바셋 마케팅 담당 과장은 “소비자들의 기호가 다양해지면서 저지방 우유나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 시장이 세분되면서 다양한 우유가 쏟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일반 흰 우유가 전부였다면 최근에는 소화가 잘되는 우유, 잠이 잘 오는 우유, 행복한 젖소가 짜낸 우유 등 틈새시장을 겨냥한 우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에는 우유업체들이 우유의 기능과 원유 등급을 두고 경쟁했다면 요즘에는 경쟁의 기준이 더욱 다양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갓 짜낸 신선한 우유라는 점을 강조한 제품도 있다. 매일유업의 ‘매일 좋은 우유’는 12시간 안에 집유(集乳)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마치는 ‘하프 데이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 시스템은 전용목장에서 원유(原乳·젖소에서 갓 짜낸 우유)를 배달하는 시간을 4시간 이내로 줄이고, 우유 생산 시간도 8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젖소에서 우유를 짠 시점부터 우유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12시간 정도만이 소요되는 것이다. 이 제품은 또 매일유업의 특허기술인 탈산소공법 ‘LDO(Low Dissolved Oxygen)’을 적용해 우유 본연의 맛을 살렸다. 산소가 우유를 변질시킨다는 점에 주목해 원유 속에 녹아들어가는 산소를 제거함으로써 우유의 잡맛을 없앴다.
행복한 젖소에서 짜낸 우유
경기 화성시 또나따목장의 ‘밤에 짠 우유’는 0시부터 오전 4시까지 짜낸 우유만 따로 보관해 가공한 것이다. 이 시간에는 젖소의 체내에서 수면유도 성분 분비가 많아진다. 따라서 제품에 들어가는 수면 유도 호르몬(멜라토닌)의 함유량도 일반우유보다 3∼4배로 높아진다. 이 우유는 또 65도에서 저온 살균한 게 특징이다. 130∼150도에서 2∼4초간 살균하는 일반 고온살균 우유 속의 단백질은 고온에서 단백질 변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게 목장 측의 설명. 목장 관계자는 “저온살균 우유는 원유 자체가 가지는 영양분을 유지하면서 유해한 미생물을 살균한다”며 “저온살균은 우유 내 미생물과 미네랄 성분을 활성화시켜서 우유 본래의 신선하고 고소한 맛을 유지해 준다”고 말했다.
젖소가 아닌 산양에서 짜낸 우유도 있다. 이담산양의 ‘산양우유’는 평균 해발이 250m인 충남 금산군의 진악산 분지 중턱에서 방목해 키운 산양에서 짜냈다. 일반 우유에 거부반응이 있는 사람들에게 대체식품으로 좋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