郡, 추진委 구성 내년 대규모로 추진“일제가 통폐합한 게 기념할 일이냐” 일각선 ‘지방선거 노린 행사용’ 의심도
16세기 영남학파의 거봉으로 불리는 남명 조식 선생(1501∼1572)이 태어난 곳이자 충절의 고장인 경남 합천군에서 ‘군 탄생 100년 기념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쟁점은 내년을 합천군 탄생 100년으로 볼 수 있느냐와 많은 예산을 들여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이다. 또 “하창환 군수(64)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일회성 행사를 기획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합천군은 올해 4월 만든 ‘합천군 탄생 100년 기념사업 조례’에서 기념일은 2014년 3월 1일로 하되 탄생 100년 경축 및 기념사업, 학술 및 편찬사업, 문화 예술 체육행사를 추진한다고 돼 있다.
합천군의 사업추진에 대해 조찬용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사업회장(58)이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경남도의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조 회장도 내년 군수 출마예정자다. 그는 최근 삼가장터 3·1만세운동 기념탑 옆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념사업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곧 창원지법에 제기해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막고 역사왜곡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1914년 3월 1일은 일제가 합천군, 삼가군, 초계군을 통폐합해 합천군을 만든 날”이라며 “이를 기념하는 것은 일제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권 피탈일인 1910년 8월 29일을 기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다. ‘합천’이라는 명칭은 1400년대 초에 등장하므로 600여 년 전에 이미 탄생했다는 것.
합천군은 탄생 100년 기념사업에 17억8600만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합천 100년사 발간 및 기념전시회에 2억7000만 원, 타임캡슐 프로젝트 등에 11억 원, 홍보물품 및 기념품 제작에 1억5600만 원 등이다. 조 회장은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가 일회성 행사에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특히 내년 지방선거 3개월을 앞두고 1만 원, 3만 원짜리 기념품 6000개를 나눠주는 것은 선거용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천군 관계자는 “통합의 주체가 누구이냐를 떠나 내년 3월 1일은 현재의 합천군이 출발한 지 100년이 되는 날이 분명하고 이를 친일로 몰아붙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본다”며 “예산의 집행도 조례에 근거하고 있는데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