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취향 다변화 바람을 탄 차 전문 브랜드들은 커피숍들이 포진한 주요 상권에 잇달아 진출 중이다. 수입 차 프랜차이즈도 젊은층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차 브랜드들의 약진에는 대형 커피 체인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한몫을 했다.
○ 꿈틀대는 茶 시장
시장 포화와 규제 강화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주춤한 사이 차(茶) 전문 브랜드들이 약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오설록 티하우스 명동점에서 고객들이 주문할 음료를 고르고 있다. 오설록 제공
‘차오름’, ‘오가다’ 등의 전통차 프랜차이즈도 저변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며 2011년 설립된 차오름은 올해 초 ‘본죽’ 등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에 인수됐다. 중견 외식업체가 신생 전통차 브랜드에 투자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올해 들어 차오름 주요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대비 약 15% 상승했다. 2009년 문을 열어 전국에 70개 매장을 운영 중인 한방차 전문점 오가다도 국내 핵심 상권에 진입한 데 이어 최근 일본, 중국, 대만 등 해외로 진출했다.
버블티의 인기에 힘입어 ‘버블트리’ 등 토종 버블티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성업 중이다.
○ 규제 속 틈새시장
차의 인기 요인 중 가장 큰 것으로는 커피 대신 다양한 음료를 원하는 소비층이 확대된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스스로에게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이른바 ‘포미(for me)족’은 건강음료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녹차는 2002년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이런 트렌드에 힘입어 차 음료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승윤 오가다 대표는 “지난해 미국에서 스타벅스가 차 전문점 ‘티바나(Teavana)’를 인수하는 등 유명 커피 전문점 브랜드들은 이미 커피 이외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참살이(웰빙) 열풍이 지속되는 한 차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커피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된 점도 차 전문점 급성장의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 브랜드 커피 가맹점이 기존 점포 반경 500m 안에 신규 출점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수익은 감소 또는 답보 상태다. 카페베네는 올해 1분기(1∼3월)에 5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커피빈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52억 원)은 전년보다 50% 가까이 줄었다. 스타벅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47억 원으로 전년보다 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병오 중앙대 겸임교수(창업학)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다양해지고 있는 데다 커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틈새 수요를 노린 ‘논 커피(Non coffee)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아직까지도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소비량은 미국, 캐나다 등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기 때문에 차 전문점들이 커피 전문점만큼 규모가 커질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