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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분야 영향력 1위 비결은 관점 차별화-심층성

입력 | 2013-09-23 03:00:00

[인문사회분야 연구능력 첫 분석]<上>주목받은 학자들 비결은




외국 논문에 의존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관점에서 한국 사회에 맞는 이슈를 고민한다. 연구력이 왕성한 학자들은 이렇게 차별화된 학문영역을 개척했다. 1970년대에 태어난 젊은 학자들은 스마트폰 같은 기기를 최대한 활용했다.

○ 아성이 탄탄한 중견학자

행정학 분야에서 1위에 오른 박천오 명지대 교수는 직접 인용된 횟수만 따지는 누적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원로 교수가 누적 순위에서, 중견 학자가 보나시치 순위에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혼자서 양쪽 모두 최상위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다. 박 교수는 다른 학자도 궁금해할 것 같은 주제를 다루는 점이 비법이라고 설명했다. 학술지 논문 게재만 목표로 하지 않고 국내 현실에서 진단해야 하는 부분을 파고든다는 말이다. “젊은 학자들은 숫자나 통계를 많이 쓰고, 연세가 많은 학자는 너무 거시적인 주제를 많이 잡는다. 나는 중간 정도 수준에서 우리 현실에 초점을 맞춘 글을 썼다. 그러다 보니 어떤 주제로 글을 쓰든 자료로 내 논문이 많이 나오게 된 것 같다.” 그는 요즘 젊은 교수의 일부가 여러 건의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바람에 자기만의 영역과 심층성을 갖지 못하는 문제를 고쳐야 영향력 있는 논문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사회학 분야의 1위인 신광영 중앙대 교수 역시 누적 순위에서도 3위를 차지해 탁월함을 과시했다. 그는 한국 사회의 중요 이슈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이런 문제를 경험적 연구로 접근하려 했다. 여러 학문 분야나 전공을 아우르는 융복합적인 연구를 많이 했던 점도 인용 횟수를 늘린 이유다. 가령 불평등,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논문을 쓰면 노사관계나 복지 문제를 다루는 연구에서 폭넓게 인용이 되는 식이다. 신 교수는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역사학 사회복지학을 아우르면서 철학까지 접목하는 식으로 논문을 썼다”고 소개했다.

역사학 분야의 4위인 임재해 안동대 민속학과 교수는 논문 인용 횟수가 많은 학자를 한국연구재단이 선정할 때마다 이름이 단골로 올라온다. 민속학과는 전국에서 안동대에만 있다. 대부분 대학에 석박사 과정이 있는 사학과와 달리 논문이 인용되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임 교수는 “책상에 앉아 남의 연구를 들여다보는 ‘학습’이 아니라 현장을 발로 찾아다니며 새로운 사료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학문’을 했다. 결국 땀내 나고 발품을 많이 판 글이 알려지게 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 차세대를 이끌 신진 학자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경제학 분야에서 5위에 올랐다. 1970년생. 신진 학자인데 누적 순위에서 13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금은 경제학 분야에서 영향력을 떨치지만 서울대 학부 시절에는 자원공학을 전공했다. 같은 대학에서 기술경제학으로 석사를, 자원경제학으로 박사 과정을 밟았다. 호서대 경상학부에 이어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신만의 블루 오션을 굳건하게 구축했다. 유 교수는 “독도에 대해 국민이 부여하는 심리적인 가치를 평가한다거나 서비스학에 경제이론을 적용해 가격을 매기는 연구처럼 환경이나 에너지를 돈으로 계산하는 가치평가를 많이 했다”면서 “최신 기법을 자세하게 설명해 논문을 쓰다 보니 새로운 대상에 대해 가치평가를 하고자 하는 학자들이 내 논문의 틀을 많이 참고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체력과 스마트폰도 젊은 학자의 무기로 꼽힌다. 그는 매일 이른 아침 연구실에 출근해 새벽 1, 2시에 퇴근한다. 아내가 남편을 독립군이라고 부를 정도. 매일 몇 편씩 국제학술지를 보면서 새로운 내용을 탐색하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주요 학술지와 해외 대학 사이트에 수시로 접속한다.

정치외교학 분야에서 33위를 차지한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는 올해 마흔 살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지 5년 남짓한 그야말로 새내기 학자. 누적 횟수로는 50위권에 들지 않아 최근 들어 연구성과가 주목을 받은 학자라고 보면 된다. 유 교수는 새로운 아이템을 연구하면서도 원로 학자와의 교감에 적극적이다. 미국 공화당과 보수주의의 변화에 대해 꾸준히 논문을 쓰는 편. 세부 내용은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나타나는 정치 이념의 변화와 결부되는 부분이 있어 인용이 많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학회와 연구모임에서 젊은 학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원로 선생님들이 잘 지적해 주셔서 배울 점이 많다”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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