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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지도부 “원내투쟁도 강화”

입력 | 2013-09-23 03:00:00

장외투쟁 54일째… 23일 의총서 “국회 복귀로 병행투쟁” 의견 조율




추석 민심 들어보니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운데)가 22일 오전 국회 민주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추석민심 보고회’에서 전병헌 원내대표(오른쪽),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2일로 장외 투쟁 53일째를 맞은 민주당이 대여 투쟁의 무게중심을 장외에서 원내로 옮기고 있다. 추석 연휴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의 ‘불통(不通)’ 이미지를 확인한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고, 더이상 정기국회 일정 등에 ‘나 몰라라’ 손놓고 있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추석 민심 보고회’를 열고 대여 투쟁 방향과 관련해 “(3자회담에서) 대통령의 불통 정치가 확인된 이상 원내외 투쟁 양쪽을 다 강화해야 한다는 말씀이 많았다”면서도 “기초연금, 무상 보육 등 민생을 해결해 달라는 추석 민심도 많았다”고 전했다. 원내 투쟁을 적극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추석 연휴 기간의 민심을 넉 자로 정리하면 ‘대실대불(大失大不)’로 추석 대목 경기는 실종됐고 대통령은 불통이었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원내외 병행 투쟁에서 원내 비중이 10% 정도였으나 이제는 실질적인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를 통해 국가정보원 개혁 등 민주주의 회복과 민생 살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3일 의원총회에서 원내외 병행 투쟁 강화를 앞세워 정기국회에 참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노숙 투쟁을 계속하되, 나머지 의원들은 박근혜 정부 첫 국정감사에 만전을 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안팎에선 10월 초 정기국회가 정상화돼 국정감사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10월 14일부터 국정감사(3주)를 실시해 현 정부의 ‘인사 실책’ 등을 부각시키면서 재·보궐선거(10월 30일)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2005년) 사학법을 고리로 벌인 장외 투쟁 기록이 53일이다. 53일을 뛰어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경파 일각에선 ‘빈손 등원’ 반대론도 여전해 23일 의원총회에서는 복귀 시기와 수위 등을 놓고 진통이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정국 정상화를 위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 문제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도 23일 의원총회를 열어 정기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한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복지 공약 중 하나인 기초연금제도의 ‘후퇴’ 논란도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노인들에게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기 시작했고, 26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최종안 역시 ‘65세 이상 노인의 70% 내지 80%에게 최고 20만 원 한도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민주당은 공약 후퇴라며 공세를 펼 태세다. 이와 관련해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한 측근은 “(진 장관이) 기초연금 정부안이 공약과 달라진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히기로 결심했고 청와대에도 그런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공세에 대비해 ‘자진 사퇴’를 예고하며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새누리당에선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정부안으로 국민을 설득하기도 어려워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진 장관은 본보 기자와 만나 “뭔가 와전된 거 같다. 사퇴와 관련해서는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청와대는 기초연금 공약 수정에 대해 부족한 복지 재정과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솔직하게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계획이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장관 사퇴로 끝낼 수 있겠는가”라며 “장관 혼자 물러난다고 무너진 신뢰와 약속에 따른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잠재워질 순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승택 기자·리야드=유근형 기자 hst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