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호흡기학회, 폐렴구균 집중진단
국내 50세 이상 인구의 감염 질환 사망 원인 1위는 폐렴이다. 폐렴구균 백신 접종률 높이기가 시급하다. 한 남성이 폐렴구균 백신을 맞는 모습. 한국화이자 제공
7∼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3 유럽호흡기학회(ERS) 연례회의’에서는 ‘폐렴구균 백신의 새로운 이해’라는 주제로 폐렴구균이 일으키는 질환과 이에 대응한 백신의 발전상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폐렴구균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전 세계적인 의학계 행사인 유럽호흡기학회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폐렴 사망 위험 교통사고보다 높아
그만큼 의료비도 많이 든다. 최근 전국 11개 대학병원의 50세 이상 폐렴 환자 693명의 의료비를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폐렴구균성 폐렴에 걸린 환자의 1인당 치료비는 226만4560원으로 당뇨병, 노년 백내장의 의료비보다 많았다.
이처럼 치명적인 폐렴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폐렴구균이다. 현재 알려진 90여 종 중 10여 개의 혈청형이 폐렴구균성 질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균성 폐렴의 절반 가까운 44%가 폐렴구균으로 감염된다. 평소 건강한 사람의 코와 목에도 있는 이 균은 면역력이 강할 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면역력에 문제가 생기면 뇌 폐 혈액 등으로 침투해 폐렴 수막염 패혈증 등 다양한 질환을 일으킨다.
○ 폐렴 예방에는 백신 접종이 효과적
폐렴구균이 일으킨 질병은 대부분의 감염병과 마찬가지로 항생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의 6∼15%가 초기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만큼 항생제로 폐렴을 다스리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현재 시판되는 폐렴구균 백신은 ‘다당질백신(PPV)’과 ‘단백접합백신(PCV)’ 두 가지다. PPV는 폐렴구균의 피막 다당질을 원료로 만들어 백신 개발 초기부터 사용해 왔다. 단백접합백신은 다당질백신의 다당질 항원에 단백질 운반체를 결합한 방식으로 세균에 대한 면역반응과 면역기억력을 크게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영국 국립보건원 연구에 따르면 단백접합백신 ‘프리베나’가 영국 정기 소아 예방 접종에 포함된 뒤 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 해당 백신에 포함된 혈청형의 폐렴구균 질환이 나타날 확률이 98% 정도 감소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이번 학회 참가자들의 관심은 단백접합백신인 프리베나에 집중됐다. 현재 프리베나는 폐렴구균의 13개 혈청형이 일으키는 폐렴을 예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한 상태다. 이 백신은 단 1회 접종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백신을 개발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관계자는 “프리베나13을 접종한 65세 이상 노인 8만5000명을 대상으로 폐렴 예방 효과를 대대적으로 증명하는 임상시험이 내년 초 유럽에서 완료된다. 이에 더해 15개 혈청형을 포함한 업그레이드형 백신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 국내 예방 접종률 한 자릿수도 안 돼
국내 폐렴구균 예방 접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10년 국내 65세 이상 폐렴구균 예방접종률은 0.8%로 미국의 59.5%에 비해 크게 낮았다. 이는 독감 예방 백신 접종률 77.2%와 비교해서도 매우 낮은 편이다.
윤형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고위험군인 당뇨병과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와 노인은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며 “인플루엔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면 인플루엔자의 주요한 2차 합병증인 폐렴 예방률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