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수입 신차 출시와 가격할인 공세에 시달렸던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하반기 들어 모처럼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한때 국내 시장점유율 80%를 기록했던 현대·기아자동차가 다양한 부분변경 모델들을 앞세워 명예회복에 나서고, 르노삼성자동차도 대세 차종으로 떠오르고 있는 SUV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수입업체들은 최초로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선데 이어 올 상반기는 13%대를 육박하며 국산차들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더구나 판매량 상위 수입업체들이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잇단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하는 등 끊임없이 물량을 쏟아내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도 연말까지 비장의 카드를 하나씩 손에 쥐고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채비를 갖추고 있다.
기아차는 뒤이어 K3 디젤차를 12월에 선보인다. 이 모델은 i30의 배기량 1.6리터 디젤 엔진을 얹는다. 공인연비와 가격대는 아반떼와 비슷한 16.2㎞/ℓ(자동변속기 기준), 1700만~2100만 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또한 수입 중형세단과 가격 및 성능이 겹치는 모델의 직접 대결도 볼만하다. 신형 제네시스에는 현대차 최초로 준대형급 세단에 사륜구동을 적용하고 8단 자동변속기 기준 V8 5.0ℓ, V6 3.8ℓ, V6 3.3ℓ 가솔린 엔진 등을 탑재할 예정이다.
르노삼성 역시 강력한 한방으로 현대·기아·한국지엠에 이은 국내 점유율 4위 수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3월 서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소형 SUV ‘QM3’를 르노 본사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이로써 르노삼성은 5개의 라인업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 밖에 한국지엠은 준중형세단 크루즈 디젤 모델을 지난 16일 확보했고 중저가 스포츠카 2014년형 카마로도 출시 날짜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대학 김필수 자동차과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신차 출시를 하더라도 수입차와 직접 상대를 하는 것은 아니라, 판매율은 당장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가격을 불문하고 수입차라는 메리트 때문에 차량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내업체들도 최근엔 디자인과 성능을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며 “하반기 다양한 차종 확보는 분명 판매 촉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