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의 황금기는 당나라 시절(618∼907)이었다. 당시 한반도 역시 실크로드를 통해 긴밀히 연결돼 있었다. 당의 수도 장안(지금의 시안·西安)과 신라 수도 서라벌(지금의 경주)을 포함한 양국 간 교류는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오가는 현재의 한중 교류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활발했다. 신라 미추왕릉에서 발견된 은그릇에 조각된 여인은 고대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아나히타 여신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실크로드는 장안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경주까지 이어졌던 우리의 교역로였다.
▷중국 역사학자 리 레이가 최근 발표문에서 “아라비아어로 된 고대문서는 신라를 세계의 끝으로 간주했다. 유럽에서 중국을 통해 신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모두 경주로 이어졌다”고 밝힌 것도 경주와 실크로드의 관계를 뒷받침한다. 계림로 14호분에서 발견된 금실로 짠 황금보검은 사산조 페르시아 문화가 신라에 들어왔다는 유력한 증거다. 8세기경 세계를 쥐락펴락하던 4대 도시인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 바그다드, 장안, 서라벌은 촘촘히 연결되어 있었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