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아데나워 - 콜 前총리 이어 전후독일 3번째 3선 성공
이번 독일 총선은 유럽 최악의 재정위기 속에서 실시됐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재정 분담 비율이 가장 높았던 나라가 독일이다. 그렇지만 독일의 실업률은 현재 통일 이후 최저 수준인 6.8%를 기록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전부터 “독일 경제와 유럽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첫 집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60년 만의 최악의 경기침체 속에서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으로 독일 경제를 살려내 강한 신뢰감을 얻었다. 두 번째로 집권했던 2010년에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닥쳤다. 메르켈은 그리스 스페인 등에 긴축재정을 압박할 때 너무 단호한 태도를 보여 ‘나치’에 비유되기도 했다. 남유럽 재정 부실 국가의 분담액 증액 요구에 맞서 독일 납세자들에게 큰 부담을 지우지 않은 것이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로 이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에른 주 파사우대의 하인리히 오베르로이터 교수(정치학)는 “메르켈의 성공은 유럽의 위기 속에서 총리가 독일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력하게 심어준 데 있다”고 평가했다.
1949년 창당 이후 매번 ‘킹메이커’ 역할을 맡아 정부에 참여했던 집권연정 파트너 자민당(FDP)은 처음으로 5% 미만 득표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 등과 새로운 집권 연정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미 사민당 당수와 접촉했다”며 대연정 협상이 시작됐음을 확인했다. 메르켈 총리는 우선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도하는 ‘은행동맹’을 완성해 유동성 위기를 근절하는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는 그동안 독일의 재정 부담이 큰 유로본드, 부채상환기금 창설 등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은 유로화 지역의 부채 해소에도 긍정적 태도를 보이는 등 ‘친(親)유럽통합’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23일 유럽 증시가 일제히 상승세로 출발한 것은 독일이 총선 후 유로존 위기 탈출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 “긴축을 요구해왔던 보수 연정이 자민당의 추락으로 해체된 투표 결과를 보며 유럽인들은 독일이 적극적인 경기부양과 실업 해소 대책 마련에 나설 ‘대연정’ 구성에 대한 기대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