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뛰어넘는 유럽 최고 여성 지도자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달 9일 노르웨이 총선에서 승리한 보수당의 에르나 솔베르그 대표도 다음 달 노르웨이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총리에 취임할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메르켈’로 불리는 솔베르그 대표는 자신이 이끌던 보수 야당을 집권당으로 올려놓았다.
유럽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득세는 1980년대 초 이후 30여 년 만에 재현되고 있다. 1979년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리에 오른 ‘철의 여인’ 대처 전 총리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유럽 최초의 여성 수반이었다. 노르웨이의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총리도 1981년부터 10년간 총리를 지냈다.
영국의 가디언은 식료품점 딸(대처)과 목사의 딸(메르켈)로 태어난 두 여성이 이공계 과학도 출신이라는 점, 우파 여성 정치인으로 남성 중심의 정계에서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했다는 점에서 닮았다고 보도했다. 강경 보수 노선을 유지했던 대처 전 총리와 달리 메르켈 총리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대처 전 총리는 유럽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조정자 역할을 맡아 왔다. 타르야 할로넨 전 핀란드 대통령도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핀란드를 이끌었던 여성 지도자다. 덴마크에서도 2011년 9월 총선에서 헬레 토르닝슈미트 총리가 좌파연정의 승리를 이끌며 덴마크 첫 여성 총리로 취임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