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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제철] 전남 영암 무화과

입력 | 2013-09-24 03:00:00

한입 물면 부드러운 달콤함이 입안 가득…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던 천상의 과일




무화과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부드러워 소화를 돕는 과일이다. 물컹물컹한 무화과를 베어 물면 달콤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하다. 동아일보DB

‘성경, 꾸란, 불경에 나오는 천상의 과일,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즐겨 먹던 과일, 로마 검투사(글래디에이터)의 스태미나 식품.’

바로 ‘무화과’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상류층들은 식사를 끝내고 후식으로 반드시 먹었다는 과일이다. 당도가 높아 식사 후에 소화를 도와주고 강장 효과 또한 탁월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연사를 쓴 로마의 플리니우스, 정치가이자 학자인 카토가 무화과 재배법에 대한 글을 남길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 과일이었다. 한번 베어 물면 달콤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입안 가득히 퍼지는 무화과는 요즘이 제철이다. 아열대 과일인 무화과는 8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생산되는데 9월 중순이 지나면 때깔이 고와지고 당도도 높아진다.

○ 해양성 기후 영암이 최대 산지

전남 영암군은 국내 무화과 재배 면적의 70%(315ha)를 차지하는 최대 산지다. 630여 농가가 연간 3600여 t을 생산해 12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영암군에서 삼호읍은 전체 재배면적의 95%를 차지한다. 이 일대는 해양성 기후로 열매가 맺는 여름철엔 섭씨 25∼31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일조량과 적절한 해풍이 부는 최적의 생육조건을 갖췄다.

영암에 무화과가 보급된 것은 1970년대 초 한 농협조합장이 일본에서 들여온 개량종 묘목을 밭에 심으면서부터. 2008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농산물 43호’로 등록돼 명품 과일로 인정받았다. 현재 재배되는 무화과는 도후인, 봉래시, 바나네 등 3개 품종. 수분이 많고 익으면 붉은색을 띠는 도후인 품종이 전체 생산량의 85%를 차지한다. 봉래시는 육질이 단단하고 초록빛을 띠며, 노란빛의 바나네는 당도가 20∼22브릭스로 가장 높다. 20년 넘게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는 박홍석 씨(62)는 “아직까지 태풍이 없어 수확량이 작년보다 늘 것 같다”며 “수년 전만 해도 무화과를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으나 이제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만큼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 무농약 친환경 과일

무화과(無花果)는 이름 그대로 풀이하면 ‘꽃이 없는 열매’라는 뜻이다. 하지만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열매 속에 있다. 그래서 무화과는 ‘꽃을 품은 과일’이라고도 불린다. 무화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과육이 부드럽고 달콤할 뿐 아니라 향이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이섬유, 칼슘, 비타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고루 함유하고 껍질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있어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작용까지 한다.

영암 무화과는 노지(露地) 재배 비율이 90%로 다른 지역에 비해 높아 영양이 풍부한 데다 농약을 치지 않는다. 85%가량은 생과일로, 나머지는 잼, 양갱, 즙 등 가공용으로 유통된다. 생과일은 쉽게 무르기 때문에 생산 농가들은 수확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스티로폼 상자에 얼음 팩을 함께 넣기 때문에 운송 도중 신선도가 유지된다. 가격은 36∼42개가 담긴 한 상자에 5만 원(택배비 포함)이다. 박일홍 영암군 삼호농협 판매과장은 “시중 술집에서 안주로 나오는 말린 무화과는 외국산으로 보면 된다”며 “생과일로 먹어야 제맛이 나며 구입 후 3, 4일 이내에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영암=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