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 중고품 시장도 판매는 첨단… 인터넷 상거래 눈뜨다
“이젠 도난 걱정마세요” 16일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풍물시장 입구에서 KT그룹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 직원이 시장 상인들에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가게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작동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선생님, 지난주 인터넷에서 50만 원어치나 물건 주문받았어요.” “이 사장님, 정말 대단해요. 그 비결 좀 배웁시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서울풍물시장에서 헌 옷을 파는 이윤선 씨(56·여)가 KT IT서포터스인 임성현 매니저(41·여)와 동료 상인 앞에서 온라인 판매액을 자랑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부러움에 가득 찬 시선도 잠시, 어느새 ‘나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의실 안을 가득 메웠다. 추석을 앞둔 16일 오전 9시 30분 신설동 로터리에서 120m 떨어진 서울풍물시장(옛 숭의여중 터)은 주택가에 있는 탓인지 비교적 한산했다. 영업시간 전부터 이미 상인 10여 명이 비좁은 회의장에 설치된 컴퓨터 앞에서 한창 수업을 받고 있었다.》
오늘의 강의는 상품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뒤 편집해 온라인 장터에 등록하는 과정이다. 50, 60대가 대부분인 참가자들은 간단한 마우스 클릭 한 번 하는 데도 마치 유치원생처럼 선생님께 묻고 또 물었다. 반복된 질문에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강사는 친절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오히려 학생들에게 “정보기기가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은 반복 학습이 최고”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 IT서포터스가 바꿔놓은 시장 풍경
풍물시장 상인들은 ‘이곳에서 찾지 못한 물건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시장엔 지금은 사라진 요강, 경대, 고장 난 라디오에서부터 1960, 70년대 영화포스터와 각종 희귀음반은 물론이고 기기묘묘한 형상의 고미술품까지 즐비하다.
박노금 서울풍물시장 상인회장은 “우리 시장은 중고 시장과 땡처리 시장에서 흘러나온 상품을 갈무리해 파는 황학동 벼룩시장에서 출발했다”며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을 판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풍물시장의 독특함과 장점은 최근 인터넷 장터 때문에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다. 황학동에 와야만 찾을 수 있던 희귀 음반이나 골동품을 이제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고 살 수 있게 됐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했다. 상인회와 KT가 손잡고 “풍물시장도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아야 한다”며 정보화 교육을 시작됐다. 생업에 쫓겨 살아온 상인들은 “이 나이에 무슨 컴퓨터 공부냐”는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교육보다는 직접적인 혜택을 달라는 얘기였다. KT와 상인회는 고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는 믿음 아래 컴퓨터 켜고 끄는 것부터 시작해 한글타자연습 등 기초 과정을 반복해 교육했다.
○ KT텔레캅 “첨단 보안 시스템 쓰세요”
이 밖에도 KT그룹의 보안 계열사인 KT텔레캅이 전통시장의 보안과 경영컨설팅을 위한 폐쇄회로(CC)TV 지원사업에 나섰다.
서울풍물시장 정문과 사방으로 난 입구에 들어서면 CCTV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가의 골동품과 희귀 물품이 있는 시장의 특성상 상품 도난에 철저히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상가 대부분이 1인 운영 가게이기 때문에 화장실이나 은행 등을 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KT텔레캅의 첨단 CCTV가 해결한 것이다. 또 CCTV 영상을 자동 분석해 시간당 방문객이 몇 명인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노종철 상인회 사무국장은 “계절별, 일자별, 시간대별 방문 고객에 대한 통계를 활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