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1994∼2012년 경찰청 통계 분석
이처럼 돈이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정하게 가족을 살해하는 일이 최근 한국 사회에서 잦아지고 있다. 24일 본보가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9년간 친족 간에 발생한 살인 강간 강도 등 강력사건의 경찰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친족 간 강력범죄는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 친족 살인은 목돈 노려 주로 발생
이 교수는 “친족 살인은 보험금이나 유산 등 목돈을 노린 동기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가족 간에는 재산이 얼마인지, 어디에 있는지, 무슨 보험에 들었는지 등을 상세히 알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친족 살인 중에서도 특히 함께 사는 ‘동거친족’ 간의 살인이 많았다. 지난해 동거친족 간의 살인은 207건으로 별거친족 살인(52건)의 4배였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서구 사회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해 부모에게 의존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대학을 졸업해도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얹혀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가족문화는 자식으로 하여금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게 만든다”며 “자신의 기대와 달리 지원을 받지 못하면 배신감을 느끼고 보험금 등을 노린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분노와 증오심 탓에 다른 범죄보다 수법 잔인
인천 모자 살인 사건의 피해자 장남 정모 씨(32)의 시신은 세 토막 난 채 발견됐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살해의 직접 원인은 유산이나 보험금이지만 그 이전에 가족 사이에 갈등이 쌓여 온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범죄를 결심한 시점에 그 분노가 임계치를 넘기 때문에 살해 수법이 잔인하거나 범행 뒤에도 시신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8월 서울에서 발생한 아버지 살해 사건도 아들이 무게 3kg의 아령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내려치는 등 수법이 잔인했다. 곽 교수는 “친족 간 범죄는 타인 간에 벌어지는 강도 절도 등과 달리 대부분 초범”이라며 “범행을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시작하면 그 수위는 훨씬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 가족 내 ‘아동 성범죄’는 화약고
살인뿐만 아니라 친족을 대상으로 한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성범죄도 증가세다. 1994년 친족 간 성범죄는 121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520건으로 329% 늘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는 “친족강간 증가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그중 아동강간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성 문화와 성 인식이 문란해지는 가운데 평소 가해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저항력이 약한 아동이 범죄에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수정 교수는 “성인이 된 자녀를 부모가 끼고 사는 ‘캥거루 가족’ 문화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한 친족 간 갈등으로 인한 강력범죄는 줄어들 여지가 없다”며 “성인이 된 자녀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시켜 갈등의 불씨를 줄이는 서구의 가족 문화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