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 되라는 아버지 괴물을 거부하는 아들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는 다양한 캐릭터의 맛이 살아 있는 하드보일드 스릴러 영화다. 쇼박스 제공
소년이 유일하게 아빠라는 호칭 대신 아버지라고 부르는 범죄 집단의 리더 ‘석태’(김윤석)는 아들 ‘화이’에게 살인을 지시한다.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그는 말한다. “아버지가 괴물인데 너도 괴물이 되어야지.”
장준환 감독의 두 번째 장편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10월 9일 개봉)는 ‘괴물’ 아버지와 괴물이 되기를 거부하는 아들의 대결이 큰 축을 이루는 영화다. 2003년 첫 장편영화 ‘지구를 지켜라’를 통해 각종 영화제의 신인상을 휩쓸며 ‘천재’라는 평을 들었던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장 감독은 이달 초 영화 제작발표회에서 “화이의 발음이 영어 ‘why’와 유사하다”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내 안의 괴물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 특유의 만화적인 느낌은 여전하지만 전작에 비해 장면과 대사의 기교는 자제하고 좀 더 인물 묘사와 이야기에 집중했다. 감독 자신도 “형식미를 줄이고 각 인물의 감정과 호흡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보통의 영화라면 소년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과정이 영화의 전반을 차지하겠지만 화이에서는 작품의 절반이 채 지나지 않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다. 후반부에서는 소년이 아버지에게 맞서는 과정에 집중한다. 범죄전문가 아버지들과 그들에게서 기술을 완벽하게 배운 소년의 대결인 만큼 액션이 주는 쾌감이 상당하다.
등장인물의 디테일한 묘사 역시 영화의 묘미다. 인물들은 몸의 상처나 의상, 휴대전화 브랜드 같은 작은 소품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