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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채 총장은 DNA 검사 이행하고, 청와대는 사표 수리해야

입력 | 2013-09-25 03:00:00


채동욱 검찰총장이 어제 ‘혼외자(婚外子)’ 의혹을 제기한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 보도 청구소송을 냈다. 조선일보의 최초 보도 이후 18일 만이고, 조선일보가 정정 보도를 거부한 지 15일 만이다. 채 총장의 소송 제기는 늦었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본다.

채 총장은 “법 절차에 따라 유전자(DNA) 검사를 포함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신속히 진실이 규명되도록 할 것”이라며 조선일보가 지목한 혼외자와 그 어머니 임모 씨 측에도 이른 시일 내에 유전자 검사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유전자 검사는 진실을 정확하게 밝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유전자 검사는 소송으로도 강제할 수 없고, 임 씨가 아이의 법률 대리인으로서 동의해야 가능하다. 임 씨는 언론사에 보낸 편지에서 아이가 채 총장의 아이로 알려지기까지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유전자 검사에 적극 협조해 채 총장이 받고 있는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도리다.

채 총장의 소송 제기가 일종의 지연책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정 보도 청구소송은 판결이 나는 데까지 1년 정도가 걸린다. 채 총장의 소송은 시간이 경과해 국민의 관심이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일 뿐, 임 씨가 유전자 검사에 동의하지 않아 진실을 가리지 못한 채 끝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검찰총장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소송에서도 진정한 진상 규명 의지를 보여야 한다.

채 총장은 어제 사퇴 의사를 다시 밝혔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야권이 채 총장의 사퇴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자 채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진상 조사에는 강제 수사권이 없어 의혹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채 총장의 말처럼 이미 논란이 지나치게 확산돼 설령 그가 억울한 것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검찰총장으로 복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채 총장이 의혹 해소를 위한 소송을 제기한 이상 정부는 이쯤에서 진상 조사를 접고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검찰총장의 부재(不在) 상태가 장기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지금 당장 추천위원회를 가동해 검찰총장 후보를 뽑고 국회의 청문 절차를 거쳐 정식 임명한다고 해도 두 달이 넘게 걸린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사건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수사가 여러 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는 서둘러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고 정상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