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게임 ‘LOL’ 세계대회 관심폭발… 월드컵에 견줄 정도로 인기 누려규칙 간단하고 캐릭터 100개 무료, 게임시간 30분 이내… ‘폐인’염려 없어
“무엇보다 ‘롤(LOL)’을 뛰어 넘어야만 합니다.”
2000년대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국내 온라인게임 업계에서 최근 가장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LOL’이다. ‘LOL’은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내놓은 롤플레잉게임(RPG)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애칭이자 준말이다. 세계적으로 1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확보한 LOL은 국내 게임업계의 최대 위협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 PC방 게이머의 절반이 이용
LOL은 특히 PC방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주까지 61주 연속으로 국내 PC방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종전 인기 게임인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이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도 달성하지 못한 역대 최장 기록이다. 9월에는 점유율 44%로 사상 최초로 40%를 돌파한 게임이라는 타이틀도 추가했다. PC방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절반 가까이가 LOL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 국내 게임사의 약점을 공격
LOL은 5명이 한 팀을 이뤄 적진을 공략하는 전략 전투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보다 운영 방식과 규칙이 훨씬 간단하다. 친구들이 함께 농구나 당구 게임을 하듯 즐길 수 있다. LOL을 만든 브랜드 벡 라이엇게임즈 창업자는 “온라인 게임을 야구나 축구와 같이 훌륭한 스포츠 경기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게임 시간도 30분 이내이기 때문에 ‘게임 폐인’이 될 우려도 적다. 게임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고 관전자에게 보는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라는 게 장점이다. 국내 온라인 게임과 달리 마케팅 역량을 PC방에 집중한 것도 차별화 요인으로 꼽힌다. LOL은 다른 팀원과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 집에서 하는 것보다 PC방에 모여서 하는 게 훨씬 재미있고 편하다. LOL은 PC방에서는 100개의 캐릭터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해 LOL 팬들을 끌어들였다.
LOL의 장기 독주에 대해 국내 온라인 게임업계가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현금 사용을 부추기고 게임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국내 게임이 발전해온 것이 이제 독이 되고 있다”며 “LOL을 넘어서야 국내 게임업계의 위상을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서비스를 시작한 전략 액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애칭이자 준말. 5명이 한 팀을 이뤄 승부를 겨룬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