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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칼럼]광고속 경고문구의 역설… 때론 소비 부추기더라

입력 | 2013-09-26 03:00:00

■ 이스라엘 연구팀 조사결과 발표




발기부전 치료제는 성기능 저하로 위축된 남자들에게 자신감을 부여한다. 발모제는 머리숱이 줄어들어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와 발모제는 발작 등의 부작용도 있다. 제약회사들은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광고와 포장 등에 부작용을 경고하는 문구를 게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잠재 위험을 알리는 경고문구가 소비자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때도 많다. 담배 포장에는 흡연에 따른 폐암 등을 알리는 경고문구가 분명하게 적혀 있다. 하지만 경고문구가 담배 소비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 오히려 광고에서 등장하는 경고문구는 소비자들에게 구매를 부추긴다는 주장마저 제기됐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등 공동연구팀은 사람들에게 담배와 발기부전 치료제, 탈모제, 인공조미료 등의 광고를 보여주면서 경고문구 유무에 따른 해당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구매 여부 등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4개 집단으로 나누고 각각 ①경고문구가 포함되고 심리적으로 가깝게 설정된 광고 ②경고문구가 포함되고 심리적으로 멀게 설정된 광고 ③경고문구가 포함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가깝게 설정된 광고 ④경고문구가 포함되지 않고 심리적으로 멀게 설정된 광고를 보여줬다. 광고에서 보여주는 심리적 거리는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시기에 따라 결정됐다.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설정된 광고를 보면 즉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된 광고를 제시한 뒤에는 제품을 2주 후에 구입하도록 했다. 제품의 출시 시기에 따라 심리적 거리를 나누기도 했다. 이미 출시된 제품의 광고를 보여줄 때는 심리적인 거리가 가까운 유형이고, 미래에 출시될 제품의 광고는 심리적인 거리가 먼 상황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심리적인 거리감에 따라 경고문구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심리적 거리가 멀게 설정된 광고를 본 사람들은 경고문구를 봤을 때 오히려 제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심리적 거리가 가깝게 설정된 광고를 본 사람들은 경고문구가 있을 때 제품을 덜 구입하려고 했다. 참가자들은 심리적 거리가 먼 제품을 가깝게 설정된 제품보다는 더 신뢰감 있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이후 구매로 이어졌다.

결국 경고문구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구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제품을 즉시 구매하는 상황에서는 경고문구가 원래 의도대로 상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즉시 구매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고문구가 본래 의도와는 반대로 작용해 오히려 구매를 촉진했다. 이런 결과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 때, 즉 당장 물건을 사지 않고 먼 미래에 물건을 살 때 경고 메시지를 덜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거리가 멀게 설정된 광고를 본 사람들은 제품을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심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래의 사안에 대해서는 경고문구처럼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메시지보다는 브랜드 홍보 문구 등 추상적 내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반대로 심리적으로 가까운 사안에 대해선 경고문구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에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소비자가 즉시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경고문구가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경고문구의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고문구를 게시한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약점을 스스로 밝혔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보낸다. 경고문구를 게시한 기업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추상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쉽게 수용한다.

이 연구가 규제 당국과 기업, 소비자 등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규제 당국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나 발모제 등의 제품 광고에 경고문구 삽입을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경고문구는 제품 판매를 촉진할 수도 있다. 광고에서는 경고문구를 삽입한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서는 경고문구 삽입에 대해 주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는 현명하게 대처할 별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 소비자가 경고문구를 수용할 때 나타나는 심리적 현상은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고에서 경고문구를 꼭 삽입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제품의 포장에 부착된 경고문구는 강제적으로라도 유지해야 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할 때 경고문구를 읽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경고문구의 구체적인 내용에 주목하게 된다. 또 홈쇼핑 등 구매가 즉시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경고문구를 보다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이 연구결과를 보다 넓게 적용하면 기업들은 자신의 약점을 밝히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광고에서 적극적으로 밝힌 기업의 약점은 소비자에게 해당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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