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2일 부산국제영화제
‘임권택 전작전’에 이목 쏠려

102번째 영화 ‘화장’을 준비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의 도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작은 사진은 위부터 ‘티켓’(1986년) ‘개벽’(1991년) ‘춘향뎐’(2000년). 동아일보DB
70개국 301편을 상영하는 부산국제영화제(다음 달 3∼12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행사는 ‘임권택 전작(全作)전’이다. 필름이 유실된 작품을 제외하고 임 감독의 작품 71편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전작전에서는 디지털로 복원돼 처음 소개되는 ‘삼국대협’(1972년)을 비롯해 그동안 조명 받지 못한 그의 초기 영화들을 볼 수 있다.
임 감독의 작품 세계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부산영화제에서 102번째 영화 ‘화장’의 제작보고회도 연다. 영화의 원작은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소설가 김훈의 ‘화장’이다. 화장품 회사 상무로 일하는 주인공이 부인을 병간호하며 마음속으로는 젊은 여성을 사랑하는 내용을 담았다. ‘공동경비구역 JSA’ ‘건축학 개론’ 등의 제작사 명필름이 만들고 안성기가 주인공을 맡는다.

'전작전'여는 임권택 감독
그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작품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잡초’는 내가 저질 영화감독에서 정신 차리고 만든 첫 영화다. 미국 영화 흉내 그만 내고 한국 영화를 찍고 싶었다. ‘불의 딸’은 무속에 관한 보다 깊은 천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모자라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그는 10편 중에서도 조승우 이효정 주연의 ‘춘향뎐’에 대해 “두고두고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라고 했다. 관객들은 “무엇 하러 또 춘향전을 영화로 만드느냐”고 하겠지만 ‘춘향뎐’은 판소리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춘향전 영화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이 최근 영화학자, 평론가 등 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영화 베스트 100’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임 감독 영화 10편은 감독이 자평한 목록과는 조금 다르다. ‘족보’(1978년) ‘짝코’(1980년) ‘만다라’(1981년) ‘안개마을’(1982년) ‘길소뜸’(1985년) ‘씨받이’(1986년) ‘티켓’(1986년) ‘아제아제 바라아제’(1989년) ‘서편제’(1993년) ‘춘향뎐’(2000년).
황철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교수는 “신상옥 유현목 등 과거 유명 감독들이 학습을 통해 영화를 배운 반면,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임 감독은 현장에서 몸으로 영화를 배운 분이다. 당시 외국 영화를 흉내 내기에 바빴던 영화계에서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했으며, 장인으로서의 통찰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