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투자진흥회의 투자활성화 대책
전국의 신도시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지역에는 첨단산업단지 9곳을 신규 지정하고 노후 산업단지에 대한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25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3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3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논의했다.
○ 관광호텔, 레저단지, 테마파크 건설 ‘물꼬’
우선 정부는 도박장 등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들이 학교 부근에도 들어설 수 있도록 승인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현재는 초중고교의 200m 이내에서는 관광호텔 설립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교육청 산하 학교정화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정화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설명할 기회를 주고, 한 번 승인을 못 받더라도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변경해 재심의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로 했다.
정부가 따로 개별기업의 사례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 대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서울 송현동 경복궁 인근에 특급 한옥호텔을 짓기 위해 2008년 용지를 매입했지만 “학교 인근이라 안 된다”는 서울시의 반대로 사업 진행을 못하고 있다.
춘천시에 있는 섬 중도에서 추진되는 ‘레고랜드’에 대한 지원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강원도와 영국의 멀린 사(社)가 함께 추진하는 이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해당 용지를 외국인투자지역으로 지정해 무상임대하고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 건설을 위한 재정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 밖에 삼양식품이 운영 중인 평창군의 목장 용지를 특구로 지정해 축산과 관광이 어우러진 레저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공장과 맞닿은 보전산지에 반도체기업이 공장 증설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도로공사 등 8개 공공기관으로 하여금 140만 개의 조명을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도록 해 관련 산업에서 6000억 원의 신규 투자를 일으키기로 했다.
정부는 또 전국 산업단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수술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현재 11곳인 도시첨단산업단지를 2015년까지 20곳으로 9곳 늘리기로 했다. 고급인력이 모이고 시장 규모가 큰 대도시 인근에 정보기술(IT), 서비스업 등 첨단기업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과 지방 2곳씩 총 4곳의 그린벨트 해제 지역과 신도시 택지지구 1곳, 기존 공장 이전지 1곳 등을 신설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기존 산업단지의 입지 규제도 완화된다. 정부는 전기통신업과 운송장비임대업 등 서비스업종 12개를 선정해 산업시설용지 입주를 허용할 계획이다. 또 산업단지 안에 공장과 전시, 판매시설을 혼합해 지을 수 있는 ‘복합용지’ 제도도 도입된다. 지금까지는 용지별로 입주시설이 제한돼 공장과 편의시설이 격리돼 있는 등 불편이 많았다. 장철순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도시에 있는 기존 도시첨단산업단지들도 입주업체를 다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이참에 서울만 첨단산단 지정을 못하게 한 입지 규제를 풀고, 추가 지정도 수요나 인력이 풍부한 대도시 위주로 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경 규제도 정비된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대기·수질·소음 등 오염 종류별로 일일이 배출허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모든 환경 관련 허가제도가 하나로 통합된다. 화학물질관리법 등 재계에서 논란이 돼 온 규제법안은 시행령 단계에서 대폭 완화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수출유망 품목을 발굴해 육성하는 내용의 ‘농수산식품 수출 확대방안’도 논의됐다. 정부는 기업인, 농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2의 파프리카 만들기 팀’을 구성해 수출 1억 달러 이상 품목을 현재 13개에서 2017년까지 23개로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