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출판계 한국문학 전도사 세르주 사프랑씨
19년 동안 프랑스에서 한국문학을 프랑스어로 번역해 소개해 온 세르주 사프랑 씨는 “인간 조건에 대한 흥미로운 시선을 다룬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더 많이 출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르주 사프랑 제공
프랑스 파리의 독립출판사 세르주사프랑의 대표 세르주 사프랑 씨(63)는 프랑스 출판계에서 한국문학 전도사로 불린다. 출판사 쥘마의 공동대표 겸 문학담당 편집장 시절인 1995년 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를 번역해 출판한 것을 시작으로 황석영 은희경 천우영 이승우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수십 권이나 프랑스에 소개했다. 다음 달 3일 이승우의 단편집 ‘오래된 일기’ 발간을 앞둔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다가 쥘마에서 18, 19세기 여행 작가 총서를 펴내면서 조르주 뒤크로가 쓴 19세기 조선 여행기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을 접하게 됐죠. 이 책을 펴낼 당시 한국에 있던 제 친구 장 노엘 주테(번역가)가 서문을 썼는데, 이 친구 덕분에 한국과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죠.”
“‘한씨연대기’나 ‘삼포 가는 길’ 같은 초기작에 대한 프랑스 평단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습니다. 황석영의 1970년대 작품은 소설의 주제나 소설이 다루는 사회적, 인간적 의미가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 졸라의 그것과 종종 비견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초기작의 사실주의적이고 간결한 문체에서 서정적, 주술적 문체로의 변화가 느껴지는 ‘손님’이 가장 심오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르주 사프랑 씨가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한 한국 문학 책들. 왼쪽부터 황순원의 ‘목넘이 마을의 개’, 황석영의 ‘심청’, 천운영의 ‘잘 가라! 써커스’
그는 지난해 쥘마에서 퇴직하고 나와 자신의 이름을 딴 독립출판사를 세웠다. 이후 한국문학 작품 출간에 속도가 붙었다. 올 5월 천운영의 장편소설 ‘잘가라! 써커스’를 펴냈고, 오정희의 소설도 곧 출간한다.
“한국 여성 작가들의 목소리를 우선적으로 알리고 싶습니다. 천운영의 소설이 매력적인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승우나 천운영의 작품은 인간의 조건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