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직 교수, 문제점 조목조목 지적
서울대 안병직 명예교수(사진)는 26일 대한민국헌정회(회장 목요상 전 의원)가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개최한 정책포럼 ‘한국 현대사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 현대사를 기술하는 체계와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국 현대사의 체계와 이론-민중운동사와 대한민국사의 갈등’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안 교수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민주화운동을 중심으로 한 민중운동사 체계로 한국 현대사를 서술하도록 돼있다”며 “(진보진영으로부터 ‘역사 왜곡’ 논란을 사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 명예교수는 이날 강연에서는 하지 않았지만 배포한 강연문에서 “민주화운동은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회복하려는 민주회복운동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민주화운동의 저변을 이룬 민중운동 속에는 인민혁명당, 통일혁명당, 민족민주혁명당 등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하고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를 수립하려는 운동이 있었음을 자성(自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명예교수는 “올바른 한국 현대사는 단순한 민주화운동사가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한 건국헌법 제정 및 6·25전쟁을 거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한 이승만 정부 시대의 갖은 노력, 박정희 정부 시대의 경제개발 역사를 빼놓고는 한국 현대사를 기술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런 역사적 조건 위에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이 더해져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해 왔다는 얘기였다.
안 명예교수는 “이처럼 민주화운동 중심의 민중운동사 체계로는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서술할 수 없다”며 “올바른 한국 현대사는 건국, 산업화, 민주화운동의 과정이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대한민국의 건국·발전사, 즉 대한민국사 체계로 서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