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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의 꿈 다시 한번” 다이아몬드빛 열망

입력 | 2013-09-27 03:00:00

■ 프로야구 10구단 KT 트라이아웃 현장… 지원자 280여명중 10명만 선발
2007년 LG 1차지명 투수 떨어지고 최고령 30세는 홈런포로 눈도장 꾹




지금 던진 공 한 개, 지금 휘두른 방망이 한 번에 야구 인생이 달려 있다. 26일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야구장에서 열린 제10구단 KT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선수들이 조범현 감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수원=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낮 기온 섭씨 22도는 봄 날씨일 수도, 가을 날씨일 수도 있다. 봄과 가을을 구분하려면 온도계보다 프로야구 순위표에 적힌 진행 경기 숫자가 더 정확한 잣대일 수 있다. 팀별로 10경기도 안 남은 9월 26일은 확실히 가을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 수원시 성균관대 야구장의 계절은 분명 봄이었다.

프로야구 제10구단 KT는 이 봄날(?) 오후 ‘씨 고르기’를 진행했다. 조범현 KT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직 야구 선수 46명이 홍백전을 치렀다. 이미 전날 15명이 ‘집에 가도 좋다’는 통보를 받은 다음이라 선수들은 공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류 심사 탈락자까지 포함하면 이번 트라이아웃 신청자 중 237명은 이미 짐을 쌌다.

프로야구는 100경기 이상을 치른다. 규정 타석을 채우려면 300타석 넘게 들어서야 하고, 규정 이닝 역시 100이닝이 넘는다. 그래서 져도 괜찮은 게임도 많고, 아웃을 당해도 좋은 타석이 있으며, 모든 이닝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트라이아웃은 다르다. 방망이 중심에 살짝 공이 빗맞았다는 이유로 ‘타석에서 빠지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몸 쪽으로 붙이려다 타자 몸에 맞는 공이 나왔다가는 제구력을 의심받을 수도 있다. 성균관대 야구장의 봄이 더욱 잔인한 계절인 이유다.

실제로 2007년 LG 1차 지명을 받았던 왼손 투수 김유선(26)은 제구력 문제로 일찌감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영화 엑스트라를 하며 야구 선수의 꿈을 이어왔지만 기회는 또 한 번 사라졌다. 2004년 신인지명회의(드래프트) 2차 1번이었던 오른손 투수 강창주(28) 역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채 짐을 쌌다. 어깨 수술을 한 게 10년 전이지만 기량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대신 누구나 ‘딱 한 번’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참가자 중 최고령인 김주호(30)는 이날 3회 첫 타석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았다. 휘문고 시절 투수로 더 유명했던 백경도(24)는 코스를 가리지 않는 타격을 선보이며 ‘제2의 박종윤(롯데)이 될 자질을 갖췄다’는 평을 들었다. 군 복무 중인 백경도는 말년 휴가를 받아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KT는 일단 30일 트라이아웃 통과자를 추려낸 뒤 다음 달 경남 남해에서 열리는 훈련 캠프에서 2차 테스트를 통해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조 감독은 “NC는 20명을 넘게 뽑았는데 우리는 많으면 1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