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가와 현의 나오시마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찾는 곳이다. 폐기물로 몸살을 앓던 외딴 섬이 일본 베네세그룹의 후쿠타케 소이치로 회장이 주도한 프로젝트 덕에 자연 건축 예술이 공존하는 명소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곳의 베네세하우스는 미술관과 호텔을 겸한 복합 공간으로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 미술관 안 객실은 비싼 방값에도 늘 예약이 밀려 있다. “예술성과 비즈니스를 모두 고려해 만들었다”는 후쿠타케 회장의 구상대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두바이의 부르즈 알 아랍 호텔은 1999년 개관했다. 두바이 왕의 의뢰로 높이 321m의 초호화 호텔을 설계한 톰 라이트는 “건축주는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파리의 에펠탑과 마찬가지로 이 호텔이 두바이를 상징하는 건물이 되길 원했다”고 밝혔다. 돛단배 모양의 호텔은 왕의 소망대로 나라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됐다.
▷그제 정부가 발표한 투자 활성화 대책에 따르면 학교 부근에도 호텔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에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복합문화단지의 건립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2008년 이 땅을 매입해 호텔 다목적공연장 갤러리 쇼핑센터 등을 지으려 했으나 인근에 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허가를 받지 못했다. 회사 측은 “호텔은 메세나 활동으로 짓는 복합단지 중 일부”라며 “서울 도심의 관광명소가 위치한 곳에서 문화 랜드마크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설명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학습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을 따지는 시대가 왔다. 건축과 디자인 측면에서 호텔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텔=숙박업소’로 보는 고정관념 대신 도시의 문화적 취향을 반영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이 태어난 래플스 싱가포르 호텔은 이런 문구로 스스로를 소개한다. ‘단순한 호텔이 아니다. 아이콘이다.’ 문화로 접근하든 국가브랜드로 접근하든 우리도 언제쯤 이런 긍지와 자부심에 값하는 공간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