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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질감 살린 책… 암투병 화가의 예술혼 담아내

입력 | 2013-09-28 03:00:00

◇어느 천재화가의 마지막 하루/김영진(몽우) 지음/351쪽·2만7000원·미다스북스




책으로 옮겨진 그림을 본다는 것은 갤러리에 걸려 있는 그림 앞에서 느낄 수 있는 질감의 대부분을 포기해야 함을 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점에서만큼은 예외라 할 만하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달을 그린 그림. 손가락으로 책장을 쓸었더니 섬 그늘의 명암을 표현한 물감의 두툼한 질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컬러 인쇄 후 에폭시 소재를 덧입히는 ‘후보정’ 작업으로 그림의 질감을 종이 위에 구현한 덕분이다.

이 책은 미술작가 몽우(본명 김영진)가 암투병과 생활고로 힘겨운 날들을 보냈다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쓴 그림일기가 원재료가 됐다. 책으로 엮이기 전 그림일기 원본을 보니 ‘오늘의 날씨’며 ‘일어난 시각과 잠든 시각’까지 기록하는 초등학생용 그림일기장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작가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매니큐어나 고추장, 심지어 김칫국물까지 물감으로 사용했는데 그 질감을 책에서 오롯이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림 밑에는 작가가 붓펜으로 쓴 육필 일기도 실려 있다. “어둠이라고 말하기엔 난 아직 어둡지 않네.” 병마와 싸우면서도 예술가로서 자부심을 지키려 한 몸부림이 글씨의 기운을 타고 느껴진다. 1999년 뉴욕에 전시했던 그림 500여 점이 이틀 만에 모두 팔리며 이름을 알렸던 저자가 슬픔과 고독, 위로와 행복이라는 4가지 주제로 엮은 내면의 기록은 지금 힘겨워하는 이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전해준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