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경전’ 성서 교양 있게 읽는 법◇가장 오래된 교양크리스틴 스웬슨 지음/김동혁 옮김/552쪽·2만2000원/사월의 책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미술관에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수태고지는 대천사 가브리엘이 ‘처녀’ 마리아에게 성령을 통해 회임했음을 알리는 것이다. 저자는 성서가 히브리어에서 그리스어로 번역되며 그냥 ‘젊은 여자’를 지칭한 것이 처녀로 잘못 번역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사월의책 제공
하지만 또 그만큼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전도 드물다. 예를 들어 동성애나 낙태 논쟁을 보자. 찬반 진영은 물과 기름처럼 극단적으로 갈리는 마당에,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말이 옳다는 주장의 근거로 양쪽 다 성경을 제시한다. 그만큼 시각과 입장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여지가 많다. 더 놀라운 것은 성서를 제대로 다 읽은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미국 버지니아 커먼웰스대 종교학과 교수인 저자에 따르면 전문가들도 완독을 버거워한단다.
모순도 없지 않다. 대표적 사례가 이혼이다. 성서의 말라기에는 이혼을 금한다고 나오는데, 에스라에는 오히려 조장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각자 시대에 따라 집필한 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말라기에는 이혼당하고 사회적 경제적 약자로 추락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그런데 에스라 때는 이스라엘 민족이 강제 이주를 당해 타 문화권 아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그 때문에 안타깝지만 민족 혈통을 지키기 위해 이민족 아내와 이혼하라는 뜻이었다.
“성서의 역사는 일어난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보도로서 기록된 것이 아니다. 오늘날 기자나 역사가들의 기록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성서는 신앙의 책으로서, 삶의 모든 경험을 신앙의 눈으로 해석한 신앙인들이 쓰고 베끼고 편집한 것이다.”
성서를 둘러싼 오해도 흥미로운 게 많다. 아담과 이브의 에덴동산 추방 때문에 뱀을 악마(사탄)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짙은데, 성경은 단 한 줄도 뱀을 악마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세가 장대에 매달았던 뱀은 치유의 능력을 지닌 이로운 존재였다. 악마의 상징이 된 숫자 ‘666’은 네로 황제를 그리스어를 이용해 암호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초기 성서 필사본은 라틴어로 만든 탓에 ‘616’으로 표시했다.
‘가장 오래된 교양’은 제목처럼 교양 정보가 넘치는 책이다. 교인이 아니어도 배우는 게 꽤 많다. 무엇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애쓰는 저자의 균형감이 탄복할 만하다. 다만 성경 입문자를 위한 안내서라고 보기에는 생각보다 수준이 높다. 종교에 대한 지식이 얕아서인지 지도를 손에 쥐고 미로를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그렇지, 신의 말씀에 다가가는 일이 쉬울 리가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