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거침없는 해양굴기… “바다를 지배하려면 법을 알자”
중국에서 갓 나온 새 책인 ‘규범해양(規範海洋)’의 표지에는 이런 구절이 써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적극적인 대양 진출 방향을 보여준다.
중국공산당은 지난해 11월 18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업무보고에서 ‘국가의 해양 권익을 단호히 수호함으로써 해양 강국을 건설하자’는 문구를 넣었다. 업무보고는 향후 5년간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통치방향을 담은 것이다.
이 책은 해양 굴기의 길에서 중국인이 알아야 할 바다의 법을 설명한다. 해양 권리를 지키려면 바다의 법을 알고 더 나아가 중국 특색의 해양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집필 동기를 역사에서 찾았다.
1894년 청나라 말기 중국 북양함대는 영국 상선을 빌린 뒤 병력을 태워 조선에 보낸다. 항해 도중 배는 일본 군함에 격침되고 일본군은 바다에 떠 있는 중국 병사들을 죽인다. 당시 청나라와 일본은 전쟁을 앞뒀지만 선전포고를 한 것은 아니었다. ‘고승호 사건’으로 알려진, 일본의 불법적 전쟁행위에 국제법은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이 해양법에 무지하고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다.
이 책은 해상 교전의 역사와 규범의 변화, 영해·영공에서의 주권 보호 역사 등을 담은 2권 1질 분량의 내용이다. 방공식별구역, 비행금지구역 등 생소한 용어도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중국과 미국이 달리 보는 쟁점들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일례로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서 항해와 비행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대목. 미국은 공해에서처럼 군사훈련이나 정찰활동까지 가능한 완전 자유로 본다. 반면 중국은 일정한 제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EEZ에 대한 해당 국가의 행정관할권과 경제개발권을 저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항해·비행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서해에서 진행된 한미 군사훈련에 중국이 강력히 반대한 이유도 이 논리였다.
흥미롭게도 그동안 그가 쓴 책은 중국의 해양 전략 흐름과 일치한다. 그는 랴오닝 항모 취역과 제1열도선 돌파를 예언한 듯이 2011년 ‘백년항모(百年航母)’와 ‘주향심람(走向深藍·깊은 바다를 향하여)’이라는 책을 내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