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게 키스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행했다. 이제 아내와 아이에게 키스할 수 있는 '보통 아빠'가 됐다."
영국의 한 남자가 '아내와 키스하기 위해'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위험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세계적인 감동을 주고 있다.
데일리메일과 미러 등 영국 언론들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불행 끝, 행복 시작'을 맞은 마크 스테드먼의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스테드먼이 걸린 병은 영국에서 10만명 중 12명 미만에게 발병하는 '3차 신경 통증'이라는 희귀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두개골 안쪽에 있는 통각신경들이 극도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세수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국 보건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3차신경 통증 환자 중 무려 27%가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 때문에 붙은 으스스한 별칭이 바로 '자살병(suicide disease)'이다.
제임스(15), 에밀리(13), 레온(4) 등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촉망받는 보호관찰관이었던 스테드먼에게 찾아온 3차신경 통증은 너무 큰 불행이었다. 스테드먼의 증세는 특히 심한 편으로, 하루 평균 무려 250회의 통증을 경험해야했다. 그는 "하루에 알약 50알을 먹어야했고, 내 안전지대(completely zone)에 있는 내 의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라며 "그 병은 내 삶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좀비 같은 인생이었다(zombie-like state)"라고 지난 4년을 회고했다.
스테드먼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압도적인 공포(absolute panic)에 사로잡혀 '오늘은 밖에 못 나가!'라고 외치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내 루이즈(35)를 비롯한 가족들은 스테드먼을 꿋꿋이 지켜냈다. 그리고 스테드먼은 과감하게 새로운 수술을 받기로 한 결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 9월 3일, 버밍햄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두개골의 일부를 제거하고, 테플론(Teflon)을 삽입해 해당 부위의 신경을 감싸는(wrapped) 수술을 받았다. 무려 6시간 이상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수술 후 스테드먼 부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년만의 첫 키스'였다. 아내 루이즈는 "우리에게 그 병은 악몽(nightmare)이었다"라면서 "내 '키스할 수 있는 남편'이 돌아온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남편에게 키스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라고 말하면 될까"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