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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키스하기 위해 ‘두개골 수술’한 남자, 사연은?

입력 | 2013-09-30 01:00:00


"가족들에게 키스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불행했다. 이제 아내와 아이에게 키스할 수 있는 '보통 아빠'가 됐다."

영국의 한 남자가 '아내와 키스하기 위해' 자살 충동을 극복하고 위험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쳐 세계적인 감동을 주고 있다.

데일리메일과 미러 등 영국 언론들은 지난 27일(현지 시간) '불행 끝, 행복 시작'을 맞은 마크 스테드먼의 사연에 대해 보도했다.

이들 보도에 따르면 보호관찰관으로 일해온 올해 38세의 스테드먼은 지난 2009년, 부모님과 식사를 하던 중 갑작스레 얼굴에 끔찍한 고통(agony)을 느꼈다. 이후 그는 음식을 씹을 때나 삼킬 때, 미소를 지을 때, 얼굴에 산들바람이 스칠 때면 번개에 맞은 듯한(hit by thunder storm) 통증을 느끼게 됐다. 의사들은 스테드먼의 상태에 대해 불치병(permanently disabled disease)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스테드먼이 걸린 병은 영국에서 10만명 중 12명 미만에게 발병하는 '3차 신경 통증'이라는 희귀병이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두개골 안쪽에 있는 통각신경들이 극도로 예민해지기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는 것은 물론, 세수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국 보건안전국 통계에 따르면 3차신경 통증 환자 중 무려 27%가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한다. 이 때문에 붙은 으스스한 별칭이 바로 '자살병(suicide disease)'이다.

제임스(15), 에밀리(13), 레온(4) 등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촉망받는 보호관찰관이었던 스테드먼에게 찾아온 3차신경 통증은 너무 큰 불행이었다. 스테드먼의 증세는 특히 심한 편으로, 하루 평균 무려 250회의 통증을 경험해야했다. 그는 "하루에 알약 50알을 먹어야했고, 내 안전지대(completely zone)에 있는 내 의자를 벗어날 수 없었다"라며 "그 병은 내 삶을 완전히 파괴시켰다. 좀비 같은 인생이었다(zombie-like state)"라고 지난 4년을 회고했다.

스테드먼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압도적인 공포(absolute panic)에 사로잡혀 '오늘은 밖에 못 나가!'라고 외치는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내 루이즈(35)를 비롯한 가족들은 스테드먼을 꿋꿋이 지켜냈다. 그리고 스테드먼은 과감하게 새로운 수술을 받기로 한 결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 그는 지난 9월 3일, 버밍햄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두개골의 일부를 제거하고, 테플론(Teflon)을 삽입해 해당 부위의 신경을 감싸는(wrapped) 수술을 받았다. 무려 6시간 이상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아직 추가수술과 예후 관찰 등의 조치가 남아있지만, 스테드먼의 예후는 매우 좋다. 그는 "수술은 내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transformed). 내가 루이즈와 아이들에게 다시 키스할 수 있게 됐다"라며 "나는 보통(normal) 아빠이자 남편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 기쁨은 말로 다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수술 후 스테드먼 부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4년만의 첫 키스'였다. 아내 루이즈는 "우리에게 그 병은 악몽(nightmare)이었다"라면서 "내 '키스할 수 있는 남편'이 돌아온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남편에게 키스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라고 말하면 될까"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