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의 가치는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10억 명의 가입자를 지닌 미국의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에서 주당 51.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247억 달러(약 13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9월 주가가 주당 17달러까지 떨어졌을 때와 비교하면 1년 만에 3배로 급등했다.
PC와 모바일에서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센트홀딩스’도 이번 달 처음으로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10조 원)를 돌파했다. 2004년 홍콩 증시에 4조 원 규모로 상장한 텐센트홀딩스는 가입자 8억 명의 인터넷메신저(큐큐닷컴)와 4억6000만 명의 모바일 메신저(위챗) 등의 성장세에 힘입어 9년 만에 몸집을 25배 불렸다.
○ 사용자 수의 중요성 알린 ‘메트컬프 법칙’
로버트 메트컬프 박사
SNS 기업의 주가 급등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메트컬프 법칙’이다. 올해 발표 20주년을 맞이한 이 법칙은 한동안 ‘닷컴 버블의 원흉’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최근 인터넷 경제를 설명하는 3대 이론으로서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다.
메트컬프 법칙은 세계적 네트워크 장비기업 스리콤(3Com)의 창업자 로버트 메트컬프 박사가 1980년 전화기나 팩스 등 유선통신 서비스의 독특한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 착안했고 1993년 9월 경제학자 조지 길더 박사에 의해 이론으로 정립됐다. 네트워크 기업의 가치는 일반 제조기업과는 전혀 다른 관점인 ‘사용자의 연결 기회’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메트컬프 박사는 이런 논리를 앞세워 자신이 개발한 네트워크 장비를 보급해 큰 성공을 거뒀다. 길더 박사는 ‘전화기’를 ‘사용자’로 바꿔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매출이나 수익보다는 ‘회원 수’가 중요성하다는 법칙을 만들어냈다.
○ 1등 기업에는 ‘복음’, 2위 이하는 ‘높은 벽’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이 꺼지자 메트컬프의 법칙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가 수익으로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의 사용자 수가 10억 명대로 급증하면서 이들 플랫폼에 들어가는 서비스의 사용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2011년 11월 2000억 원 정도였던 카카오톡의 시장가치가 지난해 하반기 1조 원, 최근엔 3조 원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2년 사이 회원 수는 3000만 명에서 1억2000만 명으로 4배로 증가했지만 시장가치는 15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메트컬프 법칙은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회원 수가 훗날 실제 수익으로 연결된다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앞으로 모바일 환경을 바탕으로 가상재화의 소비와 결제가 늘어난다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트컬프 법칙은 킬러 앱을 가진 기업에는 복음이 됐지만 후발주자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벽을 넘는 기업도 종종 나온다. 세계 1위 기업이던 야후나 마이스페이스도 후발주자인 구글과 페이스북에 자리를 내줬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