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괴’ 한국어판 낸 日작가 히라노 게이치로
히라노 게이치로의 장편소설 ‘결괴’는 2008년 일본 도쿄 도심 아키하바라에서 사상자를 17명이나 낸 무차별 살상 사건의 발생을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됐다. 문학동네 제공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일식’의 작가로 유명한 소설가 히라노 게이치로(平野啓一郞)의 신작 장편 ‘결괴(決壞)’의 얘기다. 이 책은 2008년 일본 출간 직후 도쿄 한복판인 아키하바라에서 17명의 사상자를 낸 무차별 살상 사건이 터지면서 사건을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됐다.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27일 작가를 만났다.
“양극화의 영향으로 이른바 ‘격차사회’가 도래하면서 일본에서는 ‘내게는 미래가 없다’ ‘사회에서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일상에서 충실히 생활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비난, 비하하는 경향이 강한데요. 이들의 파괴 본능이 사회에 불러올 파장을 그리려 했습니다.”
“악마는 자신이 사회 시스템의 ‘일탈자’라고 선언합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세계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사회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목표도 없이 ‘파괴를 위한 파괴’의 충동만 남아 있지요.”
제목 ‘결괴’는 댐이나 제방이 아슬아슬하게 버티다가 한계를 넘어 한꺼번에 무너지는 현상을 뜻한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약화된 일본 사회의 건강성에 대한 절묘한 은유다. 지금 작가가 바라보는 일본 사회의 건강도는 어떨까.
“세계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을 겪으면서 일본 사회의 정체 현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사회적 정체가 정치적 정체를 불러와 과거로의 회귀를 그리워하거나 민족주의 우경화로 기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극단적 우경화에 빠진 사람은 사회 전체로 보면 극소수이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흐름이지요.”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