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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대학가요제, 홍대앞에선 매일 열리는데…

입력 | 2013-09-30 03:00:00

2013년 9월 29일 흐림. 대학 가요. #76 Descendents ‘Myage’(1982년)




미국 펑크 록 밴드 디센던츠의 1982년 앨범 ‘마일로 고스 투 칼리지’의 표지.

대학교 때 록 밴드에 들어가 기타를 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나. 기타를 둘러메고 캠퍼스를 걷다 교수나 선배들을 마주치면 많이 받는 질문이 있었다. “야, 근데 너넨 대학가요제 안 나가느냐?” “네.” “왜?” “음…. 우리 음악하고 안 어울리기도 하고요. 실력도 안 돼서요. 허허.”

7월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의 부활을 부르짖으며 최근 역대 수상자들이 뭉쳤다. 그들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생들이 스펙 쌓기에 치중하면서 대학 문화가 고사 위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역대 수상자들의 첫 행보는 10월에 여는 합동 콘서트다. 타이틀은 ‘대학가요제 포에버’다. ‘포에버’라는 단어가 가시처럼 맘에 걸렸다. 어떤 수상자는 “대학가요제는 청년 지식 문화의 상징이며 순수시대의 중심”이라고도 했다.

과연 그럴까. 과거에 대학가요제는 음악성을 지닌 대학생이 프로 음악가로 데뷔할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관문 중 하나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 음반사나 자기 집에서 녹음해 누구나 자기 음악을 펴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서울 홍익대 앞에만도 수천 개의 인디 밴드가 활동하고 있다. 그들 중 다수는 대학생이다. 공중파 밖에 있는 그들은 굳이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하거나 프로 작곡가님의 편곡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전복적 사고와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가사에 담아 내고 음악적 실험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

대학가요제는 지금도 거기서 매일 열리고 있다. 왜 유독 ‘그 대학가요제’만 포에버여야 할까. 대학을 가지 않은 훌륭한 음악인도 많다. 영원은 시대를 뛰어넘는 가치에 허락된다. 훌륭한 가수와 명곡을 배출해 온 대학가요제를 폄훼하거나 부활을 반대하자는 건 아니다.

“우리 땐 낭만이란 게 있었는데 말이야. 지금은 아닌 것 같아”는 대학 선배들의 오랜 레퍼토리다. 대학가요제의 부활을 기다리는 동안, 작은 공연장에서 분투하는 후배들을 격려하러 가는 건 어떨까. 대학 선배가 아닌 인생 선배로서, 아니, 선배도 후배도 아닌, 그냥 음악 팬으로서.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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