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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독주… 장관 책임회피… 국정난맥 불렀다

입력 | 2013-09-30 03:00:00

■ 진영 복지장관 사퇴 고수… 朴대통령 국정리더십 상처




“사의 허락해달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교회에서 예배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진 장관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날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기초연금 시행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이 있었음도 시인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청와대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반려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지만 29일 진 장관이 사의를 고수하면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진 장관 항명 파동은 진 장관의 무책임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청와대가 자초한 국정과제 이행의 난맥상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일로 국정 리더십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 청와대의 국정 장악, 책임 장관 실종


우선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가 국정 운영을 장악하면서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후보 시절 약속했던 책임 장관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국정과제의 성과를 내기 위해 만기친람(萬機親覽)의 리더십으로 장관들에게 책임은 요구했지만 권한과 재량권은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임명한 8월 이후 국정 운영의 무게중심은 청와대로 더욱 기울었다. 박 대통령은 8월 “청와대비서실이 국정 운영의 모든 것을 풀어야 한다”고 했고 김 실장은 “부처를 이끌어 성과를 내라”고 지시했다. 김 실장은 이후에도 청와대 참모들에게 “(부처를 이끌)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장관이 항명한 배경에도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연계 여부에 대해 자신의 의견이 묵살됐다는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인사는 “진 장관은 지역구가 있는 정치인이니 요즘 말로 ‘더러워서 못하겠다’며 나왔지만 대부분의 장관은 대통령의 생각이 자신과 다르거나 이견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서 청와대와 내각 사이에 불통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국정의 힘이 청와대에 집중되면 정책 추진에 힘과 일관성이 있는 장점은 있지만 다원화되고 갈등이 중첩된 21세기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모든 걸 하는 행정 독주 시대가 지났다는 것, 즉 통치 환경이 바뀌었다는 점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일방성과 폐쇄성에서 벗어나 장관들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도록 자율성을 주면서 이견을 조정하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청와대, 사태 수습 안간힘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정홍원 국무총리를 통해 28일 진 장관에게 업무 복귀를 촉구하면서 기초연금 시행의 주무 장관으로서 책임감을 보여 달라고 강하게 주문했음에도 29일 진 장관이 이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에 불쾌감과 당혹감을 보였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기초연금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 주무 장관이 무책임하게 나가 버렸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9일 최원영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이 브리핑을 자청해 기초연금에 대한 비판을 정면 반박하며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썼다. 이르면 30일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사태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수석은 “국민연금을 장기 가입해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이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한 총연금이 많아져 이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장년 세대 등 미래 세대가 현재의 노인 세대에 비해 불리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기초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연계한 것은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미래세대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초연금은 전액 세금으로만 충당할 것이다. 이를 기초연금법에 명문화하겠다”고 밝혔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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