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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예산안 논란은 예고편… 임기말 ‘재정적자 폭탄’ 터진다

입력 | 2013-09-30 03:00:00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공약 축소 및 적자예산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정권 초기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골치 아프고 돈이 많이 드는 재정사업들을 대거 임기 후반부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세 수입도 계획 대비 매년 20조∼30조 원씩 부족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부가 자신하던 세원(稅源) 확대 방안의 성과마저 불투명해 결국 앞으로도 복지공약을 임기 내내 계속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 예고된 ‘재정적자 폭탄’

최근의 ‘공약 파기’ 논란이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점은 정부의 지역공약 계획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신규 지역공약 사업에는 680억 원만 배정했다. 전체 나랏살림 예산(357조 원)으로 보면 0.02%, 신규 사업 기준(84조 원)으로 보면 0.08%만 배정했다. 특히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 수서발 고속철도(KTX) 노선 연장, 대구 광역교통망 구축 등 대부분의 지역 핵심공약들이 내년에 한 푼도 예산 배정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아직 이들 사업의 타당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지만 지자체들의 해석은 다르다. 애초부터 정부의 추진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의 예산담당자는 “정부는 ‘지원을 해줄 테니 경제성 있게 다시 사업을 수정해 갖고 오라’고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결국 공약 자체를 흐지부지 만들려는 수순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설령 정부가 공약들을 파기하지 않고 추진한다고 해도 이들 사업이 ‘첫 삽’을 뜨기 시작하는 임기 말에는 심각한 재정 문제가 불거질 게 뻔하다. 정부는 지역공약 사업들을 모조리 이행하려면 모두 84조 원(신규 사업 기준)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공약들도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소요 재정이 급증하기는 마찬가지다. 당장 기초연금만 해도 정부 수정안을 기준으로 내년에 7조 원에서 2017년에는 11조4000억 원, 2040년에는 100조 원으로 커진다. 4대 중증질환 보장 공약은 더 심하다. 올해는 3000억 원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2017년에는 10배가 넘는 3조1700억 원으로 투입 예산이 늘어난다.

○ “정부 예산안, 이대로는 지속 불가능”


정부가 ‘실천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 복지공약들을 일단 실행해 놓고 부담이 커지는 부분은 임기 후반부로 지연시킨 사례도 많다. 셋째 아이에 대한 대학등록금 지원이 가장 대표적이다. 일단 내년에는 1학년생만 수혜를 받지만 지원 대상이 매년 늘어나며 2017년에는 전 학년으로 확대된다. 고령자에 대한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도 정작 내년은 75세 이상 노인들에게 적용되지만 2016년부터는 65세 이상으로 수혜자가 많아진다. 군 사병 월급 역시 2017년까지 연차적으로 2012년의 두 배까지 확대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공약가계부에 따른 전체 소요 재정도 내년 15조 원에 불과하지만 2015년 29조, 2016년 38조, 2017년 46조 원으로 불어나게 짜여 있다.

결국 정부가 추가적인 재정악화 없이 공약들을 지키려면 소요 재정이 불어나는 만큼 세입(歲入)도 늘어나야 하는데 문제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오로지 경기회복만 바라보는 지금의 천수답(天水畓) 재정 여건에서 현재 2%대인 경제성장률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올라가지 않는 한 공약 이행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일단 세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를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해봐야 한다”며 “그때도 효과가 없다면 공약의 추가 수정이나 증세를 얘기할 수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 수정을 사과하면서 공약의 ‘임기 내 실천’ 의지를 재천명한 것도 이런 기조 변화를 꾀하기에 또 다른 족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실상 복지 재원 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금 정부가 짜놓은 예산안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복지를 줄이든지, 세입을 늘리든지 선택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유재동·박재명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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