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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잃은 교과서… 北인권 눈감고, 美원조 나쁜 면만 부각

입력 | 2013-09-30 03:00:00

■ 본보, 검정 한국사 8종 분석해보니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이 끝났지만 교육부가 10월 말까지 수정 및 보완하기로 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국사편찬위원회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의 검정 합격을 발표한 지 30일로 꼭 한 달이다. 본보 취재팀이 이 교과서들을 분석한 결과 완결성 균형성 정확성 면에서 문제가 여전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논란은 정부가 교과서 8종을 모두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힌 뒤에도 이념 갈등과 정쟁으로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검정 통과했지만 오류와 편향성 여전

비상교육 교과서는 6·25전쟁 이후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 사실과 이로 인한 부정적인 면만 다뤘다. 반면에 북한이 소련과 중국에서 원조를 받은 사실과 이로 인한 영향은 언급하지 않았다.

금성출판사, 리베르스쿨, 비상교육, 미래엔, 천재교육의 교과서는 북한의 군사 도발 가운데 천안함 폭침사건을 넣지 않았다. 북한의 군사 도발을 기술하라는 집필 기준을 어긴 셈이다.

특히 천재교육, 두산동아, 지학사 교과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2∼4줄로 간략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집필 기준에 따르면 세습체제, 경제정책의 실패, 국제 고립에 따른 위기, 인권 문제, 군사력 증강과 산업 불균형의 문제를 서술해야 한다.

또 비상교육 교과서는 북한의 체제 선전용 자료인지를 살피라는 지침에도 불구하고 ‘주체사상은 북한의 실정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수립한 사회주의 사상으로 김일성 독재 체제의 사상적 밑받침이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썼다.

제주도4·3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교과서는 당시 정세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금성출판사 교과서는 ‘1947년 삼일절 기념대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제주도민 여러 명이 사망’했다고 했다. 좌익 무장세력이 경찰지서를 습격한 점을 언급하지 않아 경찰의 발포가 원인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사실이 틀린 부분은 대부분의 교과서에서 발견됐다. 천재교육 교과서는 러시아가 중심인 독립국가연합을 CIS가 아닌 CSI라고 표기했다.

교학서 교과서의 사실 오류는 여러 건이었다. 1945년 7월의 포츠담선언을 같은 해 2월이라고 하는 식이다. 6·25전쟁 직전의 남북 협상과 관련해서는 김구 선생이 평양에 도착한 날과 서울로 돌아온 날이 모두 잘못됐다.

또 일제가 ‘1944년 강제징용을 실시하여 70만여 명 이상의 노동력을 강제로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인정한 강제 동원 피해자(648만 명)보다 훨씬 적다.

○ 시민단체와 정치권 뛰어들어 대결

보수 성향의 시민 역사 교육단체는 27일 바른역사국민연합 창립선언문을 통해 “(교학사 이외의)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의 독립과 건국, 시장경제와 대중문화의 발전을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한반도의 정통성이 북한에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통 역사를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역사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1일 교육 및 역사학계 원로들은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정원식 전 국무총리,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이 참여했다.

민주당은 27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교과서 검정 합격,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과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임명 배경에는 역사를 뒤흔들려는 기획이 있으며 그 조종자는 청와대”라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에서는 교육부의 구상대로 8종 교과서에 대한 수정 보완이 10월 말에 마무리돼도 논란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갈등의 본질은 사실(팩트)보다는 이념 문제여서 승패도, 결론도 없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관점의 차이가 불가피한 역사 교과서의 경우 국정이 아닌 검정 체제에서는 새 교과서가 나올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학문적 전문성에 입각해 논의해야 하는데 이념적 문제로 번졌다. 교과서를 좌파 우파로 낙인찍지 말고 교육과정과 검정 취지에 부합하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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