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손숙 주연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간암 말기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가족과 보낸 시간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형이 서울대에 입학하자 아버지는 곧장 서울에서 강원도로 이사해 차남인 ‘나’를 농업고에 진학시켰다. 그런 아버지가 나는 늘 서운했다. 이제 아버지는 정신마저 혼미하다. 어머니는 “너를 곁에 두고 싶어 그랬던 것”이라고 나지막이 말해준다. 40년의 노동으로 고단했던 아버지를 업고 나는 시골집 홍매나무와 달을 보며 추억 한 자락을 마당에 새긴다.
▷성철 스님은 출가 전 낳은 유일한 혈육인 딸(훗날 불필 스님)을 열세 살 때 처음 보자마자 “가라, 가!”라며 매몰차게 쫓아 보냈다(‘영원에서 영원으로’·김영사). 수년 후 다시 만난 딸에게 사는 이유를 묻자 “행복을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온다. 성철 스님은 “행복에는 영원한 행복과 일시적 행복이 있는 기라. 그라믄 니는 어떤 행복을 위해 살려고 하노?”라고 되묻는다. 불필 스님은 이를 듣는 순간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속세와의 인연을 끊은 성철 스님이지만 딸을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길로 이끈 것이다.
손효림 경제부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