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도로에선 ‘고속질주의 신세계’ 뿐 아니라 주행 중 앞뒤좌우에서 만나게 되는 신기한 차량들로 눈이 즐거울 때가 있다. 연식과 브랜드, 차종을 뛰어넘어 다양한 차량들이 함께 달리는 도로는 자동차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독일의 도로에서 만난 차들은 최근 독일차 브랜드들이 세계 자동차 시장의 중심에 있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
세단, 해치백, 컨버터블, 쿠페, 왜건 등 다양한 종류의 차량들이 브랜드와 연식에 관계없이 즐비하다.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할 수 있도 있는 자동차가 적어도 독일에선 운전자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의 의미를 갖는다.
최근 유수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그먼트 차종을 잇달아 선보이는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다. 업계의 색다른 시도는 일부 수입차 업체뿐 아니라 국산차를 대표하는 현대기아차를 통해서도 엿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점점 구매층이 젊어지며 그 동안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홀대 받던 쿠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난 8월 준중형 차량 K3의 쿠페모델 K3 쿱을 선보였다.
신차는 디자인에서 쿠페 감성을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감마 1.6 GDI 엔진을 탑재한 기본 모델부터 강력한 성능의 감마 1.6 터보 GDI 엔진을 탑재한 모델까지 출시해 선택의 폭을 넓혔다.
고성능 파생모델의 출시는 기아차 주력차종인 K5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11년 7월 출시된 K5 터보 GDI는 2.0 터보 GDI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271마력, 최대토크 37.2kg.m의 막강한 동력성능을 자랑한다. 기아차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링 중형 세단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근육질 몸매’를 드러낸 것이다. K5 터보에 탑재된 쎄타Ⅱ 2.0 가솔린 터보 직분사(GDI)엔진은 터보차저 방식과 가솔린 직분사 방식이 결합된 첨단 엔진기술로 배기량 대비 강력한 동력성능과 우수한 연비가 특징이다.
#인기차종에 변종모델 적극 투입 “실용성에 멋을 더해”
현대차 아반떼는 2010년 8월 출시와 함께 역동적 디자인과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 넉넉한 실내 공간, 탁월한 주행성능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현대차는 출시 이후 글로벌시장에서 137만 여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 아반떼에 변화를 줬다.
기아차는 지난 24일 K3 해치백을 출시하며 세단, 쿠페와 함께 준중형 라인업을 완성했다. K3 유로는 준중형 세단 K3의 디자인에 해치백 특유의 공간 활용성과 실용성을 더했다. 신차의 전면은 세단 모델의 스타일을 계승하고 측면은 날렵한 캐릭터 라인과 볼륨감을 적절히 조화시켜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했다. 후면은 개방감이 느껴지는 와이드 리어 스포일러, 입체적 조형미가 강조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등을 적용해 세단과 차별화했다.
그동안 해치백만큼이나 홀대 받던 왜건의 등장도 눈여겨 볼만하다. 현대차는 지난 2011년 9월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던 왜건형 차량 i40를 출시했다. i40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의 고급 중형차로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포진시켜 고급 수입 디젤차와 경쟁하고 있다.
i40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넓은 적재 공간과 공간 활용성이다. i40는 뒷좌석 6대4 폴딩으로 적재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2열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일반 중형 세단과 비교해 3배 이상의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다양한 변종 혹은 파생차종의 등장은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국내 자동차 시장의 질적 성장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이 보다 발전적으로 나아가는 바탕에는 국산과 수입차를 막론하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자동차 브랜드들의 노력이 필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