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리는 가장 강력한 행정명령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교과서 채택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에 시정요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요구는 지자체에 대한 가장 강력한 행정명령으로 교육 분야에서는 처음 시행된다.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교과서를 선택했다고 국가가 법적 조치를 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30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沖繩) 현 다케토미(竹富) 섬은 내년도 중학교 사회 교과서로 도쿄(東京)서적 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도쿄서적은 리버럴한 성향의 교과서다. 그러자 문무과학성은 “다케토미 섬이 속한 지역이 채택해야 할 교과서는 따로 있다”며 10월 초 오키나와 현 교육위원회가 다케토미 섬에 시정요구를 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문제의 발단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키나와 현 내 이시가키(石垣) 섬, 요나구니(與那國) 섬, 다케토미 섬은 같은 교과서를 채택해야 하는 지구로 묶여 있다. 2011년 8월 교육위원 8명이 무기명 투표로 극우 성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 계열의 이쿠호샤(育鵬社) 교과서를 쓰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다케토미 섬 교육위원회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자체적으로 도쿄서적 책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본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기초 지자체인 시정촌(市町村)이 위법행위나 부적절한 사무처리를 했을 경우 상급의 광역 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縣) 등이 시정요구를 하도록 국가가 지시할 수 있다. 지금까지 주민들의 기본대장을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에 참가하지 않은 도쿄 도 구니타치(國立) 시와 후쿠시마(福島) 현 야마쓰리(矢祭) 정 등 2곳에 대해 시정요구가 내려졌다. 이 경우 지자체에 개선 조치를 명령할 수는 있지만 처벌할 수는 없다.
산케이신문은 다케토미 섬이 시정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30일 보도했다. 그 경우 문부성은 소송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