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英 드라마 ‘인 더 플레시’
‘인 더 플레시’에서 ‘부분적 사망 증후군 환자’로 나오는 주인공 키어런(루크 뉴베리). 오른쪽 사진은 환자임을 감추기 위해 정부에서 지급한 컬러렌즈를 끼고 비비크림을 바른 모습이다. 영국 BBC TV 화면 촬영
올해 봄 방영된 영국 드라마 ‘인 더 플레시’도 좀비물인데 정확히 말하면 ‘부분적 사망 증후군 환자’가 나온다. ‘덜 죽는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다. 갑자기 좀비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인간을 공격하기 시작한 지 수년, 정부는 하루에 한 번 뒤통수에 주사하면 신경계가 재생성돼 감정과 윤리의식, 특히 죄책감을 갖게 해주는 백신을 개발한다. 정부는 수용소에서 좀비들에게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한 뒤 차도를 보이는 좀비, 아니 부분적 사망 증후군 환자를 세상으로 내보낸다.
의회에서 ‘부분적 사망 증후군 환자 차별금지법’이 통과되고 정부가 포스터와 홍보물을 돌리며 캠페인을 벌이지만 좀비와 치른 전쟁의 상처가 쉽게 치유될 리 없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키어런(루크 뉴베리)이 좀비 치료를 받고 돌아간 시골 마을 로튼은 좀비에 대적하기 위한 ‘인간의용군’이 가장 먼저 조직됐을 정도로 보수적인 곳. 종교적 광기를 양분삼아 마을을 좌지우지하는 오디 목사와 의용군 대장 빌, 의용군의 일원이 된 키어런의 여동생 젬까지 마을 사람들은 환자 키어런을 차별하고 두려워하며 때로는 공격한다.
부분적 사망 증후군 환자는 모두 죽음의 고통과 좀비 시절 타인을 살해한 죄책감을 기억하는 이들이다. 약을 주사할 때마다 되살아나는 과거의 기억은 이들을 평생 괴롭히는 트라우마다. 그렇다면 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를 어떻게 용서하고 또 자신이 죽인 이에게는 어떻게 용서를 빌 것인가. 갑자기 죽었던 가족이 괴물이 돼 돌아왔을 때 그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인 더 플레시’는 살과 피를 튀기며 우악스레 달려드는 대신 이렇게 폐부 깊숙한 곳을 찌르며 섬세하게 다가온다. 시즌2 제작도 확정돼 내년 중 방영될 예정이다. 주의사항 하나. 시즌1은 딱 3편뿐이니 천천히 곱씹으며 보길 권한다. 금단증상에 시달리다 ‘부분적 사망’에 이를 수 있으니.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