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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관계 주역들에게 듣는다국방분야

입력 | 2013-10-01 03:00:00

[한미동맹 60주년]




《 세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동맹. 1953년 10월 1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출범한 한미동맹은 이런 평가를 받아왔다. 한미동맹 60년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며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왔다. 든든한 한미동맹은 ‘한강의 기적’에 크게 기여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승리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3회에 걸쳐 국방 외교 경제 분야에서 한미동맹의 발전, 한미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노력했던 두 나라 주역들을 만난다. 이들에게 한미동맹 60년의 의미와 미래를 함께 물었다. 》  
“한미동맹, 전쟁억제 역할 넘어… 이젠 평화통일의 길 함께 가야”  
■ 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한미 양국이 한반도 통일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해 이를 국제사회에 이해시키고 협력을 구해야 합니다.”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64·육사 30기)은 지난달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의 미래 역할로 ‘통일에 대한 기여’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온 한미동맹이 이제는 통일이라는 한민족의 염원을 달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안보동맹을 강화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동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사령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제20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2008년 3월∼2009년 9월)을 지낸 대표적인 미국통. 부사령관 시절 군사적 사안뿐만 아니라 정무적 현안까지 미국 측에 조언해 미군들이 한국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데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역 후에도 한미군사연습의 멘토단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각종 한미우호협회에 참여해 한미 신뢰 증진을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한미동맹의 가장 큰 성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왔던 점을 꼽았다.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함으로써 동북아 ‘힘의 균형’이 유지돼 왔으며, 우리 군이 주한미군과의 협력을 통해 작전 수행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점도 큰 성과라고 덧붙였다.

최근 군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본을 넘어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서고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한 만큼 한미동맹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미국과 중국을 이분법적으로 나눠 접근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중국과 상호 호혜적이면서 보완적인 협력관계를 갖는 것이 국익을 위해 바람직합니다. 국제질서와 동북아 정세 변화 속에서 한국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는 한미동맹의 위기 순간으로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반미감정이 촉발된 이후 노무현 정부가 정치적 감정을 갖고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추진한 상황을 들었다. 이 전 사령관은 “미국도 자신들이 피를 흘려 싸워 지킨 노력과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바라보면서 ‘감정적으로’ 전작권 전환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한미 간 핫이슈인 전작권 전환 재연기에 대해선 “양국이 협의를 진행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동북아 정세는 불안정하고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통해 한반도는 물론이고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특정 시점으로 못 박지 말고 매년 안보상황을 포괄적으로 평가해 융통성 있게 조절해야 합니다.”

방위비 분담금 역시 단순히 경제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미동맹 60주년의 성과와 미국의 국방비 삭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위중한 안보상황 등을 고려해 한국 측이 좀더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방위비 분담금의 사용에 대한 투명성은 보장되도록 제도적 보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사령관은 북한의 안보 위협을 △국지도발과 같은 무력도발 △북한 정권의 급변 사태 △핵무기 개발 △사이버 공격, 테러 등 4세대 전쟁 등 4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특히 “북한이 4세대 전쟁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적 중간 목표가 주한미군 철수”라며 한미동맹을 흔드는 세력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동맹의 발전에 도전요소도 만만치 않음을 인식해야 합니다. 무분별한 반미감정을 확산시키는 급진 종북 좌파의 정치세력화는 우리 국민의 결집된 노력으로 막아야 합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한미는 깨지지 않는 ‘바위동맹’ 강한 군사력 바탕 北과 대화를”  
■ 존 틸럴리 前 주한미군 사령관

“한미 동맹은 깨지지 않는 ‘바위동맹(rock alliance)’이다.”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72)은 1일로 6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1996∼1999년 제23대 주한미군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 사령관을 지냈다. 그는 “미국이 동맹을 맺은 국가는 많지만 한국처럼 6·25전쟁이라는 치열한 전장에서 양국 군인이 흘린 피를 바탕으로 맺어진 ‘혈맹’은 흔치 않다”고 강조했다. 점수로 치면 100점 만점에 120점을 줘야 하는 최상의 동맹이라는 것.

주한미군사령관을 마지막으로 2000년 전역한 뒤 군사안보 컨설팅업체 사이프레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그는 “경사를 맞아 한국인들에게 꼭 축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지난달 27일 워싱턴 근교 알렉산드리아의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에서 출발해 정치 경제 분야로 확장됐다”며 “북한 도발에 대응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60년간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 한미 양국은 언제나 공동 이해에 부합되는 접근을 해왔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적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동맹은 정체된 동맹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맹”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재(再)연기 문제도 이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작권 논란을 한미 결속을 저해하는 갈등 요소가 아닌 동맹의 자연스러운 진화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 재연기 필요성을 인식한 한국이 먼저 이 문제를 제기한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양국 군 지휘부의 논의를 거쳐 조만간 결정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미국의 국방예산이 향후 10년간 최대 1조 달러 축소되는 진통을 겪을 예정이지만 주한미군 감축은 없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며 미군 당국도 이 같은 사실을 수차례 강조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에서 가지는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유지는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차 연평해전 당시 주한미군을 통솔했던 틸럴리 전 사령관은 “연평해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 등에서 보듯이 북한의 도발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며 최근 급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 연기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신뢰하기 힘든 상대”라고 말했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들여 핵과 미사일 위협을 중단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언제나 강한 군사적 억지력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동에 밀려 아시아, 특히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줄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는 이에 대해 “미국이 중동과 아시아에서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장기적 평화와 안정이 최고 목표인 반면에 중동에서는 급박한 분쟁 해결이 목표이기 때문에 중동에 일차적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것. 그러나 한국은 언제나 미국 군사안보 정책의 최고 순위(top priority)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한국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했다. 틸럴리 전 사령관은 서툰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쓰는 문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주한미군 사령관 때부터 이 문구를 자주 써 자신이 선배라고 농담을 했다. 그는 “지난 60년간 한미동맹은 굴곡이 있었지만 미국은 민주주의 수호의 최전선에서 헌신해온 한국인들에 대해 존경심을 잊지 않았다”며 “한미동맹은 앞으로도 수백 년 동안 지속될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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