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더 오래 일하는 대한민국]<1>일자리 찾아 헤매는 장년층
9월 1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중장년 채용 박람회에서 중년의 한 구직자가 게시판에 걸린 구인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장년층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재취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양=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결국 1년도 안돼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3, 4개 무역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갔다. 경제적으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아직 환갑도 안 된 나이에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없다는 게 늘 불안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재취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구인정보에는 경비원이나 건물관리 같은 단순직뿐이었다.
9월 12일 김 씨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킨텍스 제2전시장을 찾았다.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의 중장년 채용박람회가 열린 날이다. 그는 해외 취업 부스를 찾았다. 30분 가까이 상담을 마친 김 씨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는 “젊었을 때 경험을 살려 다시 한 번 해외 관련 일을 할 수 있을까 알아봤는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체력이나 정신력 모두 문제가 없는데 벌써 ‘뒷방 할아버지’ 소리를 듣기는 싫다”며 “내가 원하는 일자리를 더 찾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인 장년층(50∼64세)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한창 일할 때는 구조조정 등 고용불안에 떨고 일단 직장에서 밀려나면 일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부양이나 연금 혜택을 받기도 이른 나이다. 그러다 보니 당장 생계를 위해 처우가 좋지 않거나 해고 위험이 높은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장년층 고용률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 64.2%에서 지난해 68.3%까지 올랐고 올 7월 현재 70.3%로 상승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장년층 고용 상황은 좋은 편이다. 그러나 ‘고용의 질’은 그렇지 못하다. 50세 이상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은 불과 53.6%. 이는 전체 근로자의 정규직 비중(67.7%)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년층 고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장년층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구인 수요가 증가했거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서가 아니다”라며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이들은 일자리의 질을 따질 처지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