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그림은 바라볼 때마다 행복하잖아요.”
부부가 그림을 바라보고 즐기는 동안 그림 가격은 수십 배가 올랐다. 30년 전 결혼 당시에 그림과 비슷한 가격이었던 다이아몬드 반지 값은 대여섯 배 올랐을 뿐인데 말이다. 생각지도 않은 재테크에 성공한 셈이지만, 워낙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하던 일을 뒤로하고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하여 그분은 결국 예술경영학과 교수가 되었다. 그리고 아들은 화가, 딸은 미술관 큐레이터가 되었다. 그림이 삶을 바꾼 것이다.
수수한 시골 소녀의 모습을 그린 그 그림은 마침 윤 선생 부인의 출생연도와 같은 1929년도 작품이었다. 그런 특별한 인연 때문에 윤 선생 부부는 그 그림을 더욱 애지중지하며 소중하게 간직해 왔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오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고향에 건립한 기념관이 소장품이 적어서 애를 태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러자 윤 선생은 선뜻 수십 년 동안 아끼던 그 그림을 기념관으로 보냈다. 그림 값이 엄청나게 치솟던 시절이었다.
“나도 선물을 받았으니 그분을 위해 선물하는 건 당연하지요. 그동안 감상한 걸로 충분합니다.”
결국 오 화백의 소녀상은 그분의 기념관으로 돌아왔다. 생전에 좋아하는 분에게 선물한 그림이 작가 사후에 많은 사람에게 감상의 즐거움을 주는 아름다운 선물로 돌아온 것이다. 서로 다른 사연이지만 우연히 오 화백의 그림에 얽힌 두 이야기가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게 한다.
윤세영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