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스포츠부 차장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윗분’들의 농구 사랑이 시들해지면서 은행에서도 농구단은 찬밥 신세가 됐다. 1990년대 외환위기를 거치며 구조조정 1순위였다. 13개였던 여자 실업팀은 은행 팀들의 해체 도미노 현상 탓에 4개까지 줄었다. 여자 농구의 국제 경쟁력도 떨어졌다. 여자 농구는 프로화 이후 거물 정치인을 연맹 총재로 영입해 그나마 활로를 찾았다.
세월이 흘렀어도 은행 스포츠는 여전히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정권의 눈치를 덜 본다고 해도 낙하산 회장들의 입맛에 따라 스포츠는 파리 목숨이라도 된 듯하다. 전임 강만수 회장 시절 그룹 스포츠단까지 만들며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을 했던 KDB금융그룹은 올해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회장 체제로 바뀐 뒤 회사 사정을 이유로 스포츠 부문의 대폭 축소에 나섰다. 대회 기간 3만 명 가까운 관중을 동원하며 호평 받았던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 코리아오픈 후원도 내년부터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후원 금액도 당초 12억 원에서 8억 원으로 줄였다. 계열사 매각 결정에 따라 탁구와 골프(대우증권), 농구(KDB생명) 등도 여파가 불가피해 보인다. KB금융그룹도 회장 교체와 맞물려 전임 회장이 신경 썼던 농구, 골프의 입지가 축소됐다는 후문이다. NH농협은행의 정구와 테니스는 30년 넘는 역사를 지니며 국내외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지만 회장 교체기마다 좌불안석이다.
김종석 스포츠부 차장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