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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도발 ‘위협→사용임박→사용’ 3단계로 나눠 원천봉쇄

입력 | 2013-10-03 03:00:00

■ 한미안보협의회 뭘 합의했나




한국과 미국이 2일 공식 합의한 ‘맞춤형 억제전략’의 핵심은 유사시 북한의 핵 도발을 원천봉쇄할 수 있는 만반의 군사대응 태세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서명으로 공식 발효된 이 전략은 전·평시 북한의 핵위기 상황을 ‘위협→사용임박→사용’ 등 3단계로 구분해 외교·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탄도미사일이나 항공기, 잠수함 등을 이용한 북한의 대남 핵공격 징후가 포착될 경우 한미 양국은 정밀유도무기 등 재래식 전력은 물론이고 핵전력까지 동원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의 핵 사용이 임박할 경우 한미 양국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북의 핵위협을 사전에 제거하는 선제적 대응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 북핵을 무용지물로 만들 ‘맞춤형 억제전략’

맞춤형 억제전략에는 미국의 핵우산 전력과 토마호크 미사일 같은 정밀타격무기 등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 것인지 등 구체적 대응 계획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 핵위협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억제방안이 공식화됨으로써 미국의 한반도 안보공약이 더 확고해지게 됐다”며 “북한의 핵 개발은 결국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한미동맹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확 달라진 안보환경을 감안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시기(schedule)와 조건(conditions)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양국 간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던 2007년과 비교해 지금 북한의 대남 핵위협은 위험수위를 넘어 최악의 사태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양국은 북한이 수년 내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해 핵 탑재 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전작권 전환 뒤 한반도 방어를 주도하려면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등으로 어느 정도 독자적인 대북 핵억제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 조건이 충족돼야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즉 한국군의 북핵 억제 역량 구축이 늦어지거나 차질을 빚을 경우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작권 전환 시기는 다시 연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다른 군 관계자는 “한국군이 한반도 방어를 주도해야 한다는 명분에 집착해 날로 심각해지는 북한의 핵위협을 간과한 채 전작권 전환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의지를 미 측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차관보급을 대표로 하는 공동실무단을 꾸려 내년 상반기(1∼6월)에 협의를 거쳐 전작권 전환 시기와 조건을 조율할 방침이다.

○ 전작권 전환 재연기 타결까지는 첩첩산중

미국이 한국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요구를 선뜻 수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최근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한국의 한반도 방어 책임을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데다 미 연방정부의 예산자동삭감조치(시퀘스터)로 미 국방예산이 대폭 깎이면서 주한미군과 한반도 방어에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헤이글 장관이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제기하는 (전작권 전환 재연기)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한국군이 지난 10년간 매우 강해졌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것도 ‘한국이 더 많은 안보부담을 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전략과 관련해 헤이글 장관은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가 똑같을 필요는 없지만 상호운용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한국이 독자적 미사일방어(KAMD) 시스템을 구축하되 지상과 해상 레이더, 무인정찰기(UAV) 등 탄도미사일 감시정보 체계를 미국의 MD와 연동해 한반도와 역내 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헤이글 장관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한국군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MD 능력”이라고 강조해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손영일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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